[최중경 인사청문회]의원들 부아 돋운 ‘최틀러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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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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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하셨으면 답 들으셔야죠”… “나 살려고 장모를 투기꾼으로 몰 수 없어”

“오피스텔 축소 신고 반성… 누락 세금 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탈루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세금제도 변천’을 정리한 차트까지 제시하며 답변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오피스텔 임대 면적을 작게 신고한 것은 ‘면세기준 이하’로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성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오피스텔 축소 신고 반성… 누락 세금 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세금 탈루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세금제도 변천’을 정리한 차트까지 제시하며 답변하고 있다. 최 후보자는 “오피스텔 임대 면적을 작게 신고한 것은 ‘면세기준 이하’로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반성하고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18일 개최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최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투기와 탈세 의혹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 후보자는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 “의혹은 의혹일 뿐” “청와대에서 이미 스크린(점검)했다”면서 부인했으나 오피스텔 임대소득 탈세의혹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 “재테크의 귀재 아닌가?”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 가족의 잇따른 땅 투기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특히 최 후보자의 부인이 충북 청원군 부용면 임야를 4900만 원에 매입한 뒤 3개월 만에 6배 가까운 2억8700만 원의 토지보상을 받았고, 부인과 장인 장모가 1988년 대전 유성구 그린벨트 내 밭을 매입한 뒤 2010년 수용되면서 1990년 공시지가(m²당 4만1000원)보다 15배 정도 오른 m²당 61만 원의 보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땅인데 투기 목적이 아니라면 가족이 취득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고, 자유선진당 김낙성 의원도 “최 후보자가 개발계획을 입수해 한 투기”라고 말했다. 이에 최 후보자는 “공직생활(행시 22회)을 하면서 월급을 집사람에게 주고 살림에 관여한 적이 없다. 땅 매입 사실을 몰랐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의혹이 잇따르자 엄호사격에만 치중하던 한나라당 의원들도 나섰다. 한나라당 정태근 이상권 의원 등은 대전과 청원 땅 매입 의혹에 대해 “후보자의 장모가 그 돈을 가지고 투기한 것 아니냐. 인정해라”고 추궁했다. 무소속 강용석 의원은 “보유한 펀드도 7억 원 규모인데 이 정도면 재테크의 귀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최 후보자는 “제가 살기 위해 돌아가신 장모를 투기꾼으로 몰고 싶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인 소유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과 관련한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납세의무를 소홀히 해 저와 제 처가 마음속 깊이 크게 반성하고 있다”며 “청문회 전에 징세소멸시효가 지난 것까지를 포함해 총 793만 원(의 세금을) 냈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이 오피스텔을 임대하면서 실제 면적(73m²)을 65m²로 신고해, 600여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 “최틀러란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

최 후보자가 기획재정부 재직 시절 주도한 외환 정책이 국고와 중소기업에 직간접적인 피해를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래희망연대 정영희 의원은 최 후보자가 2008년 기획재정부 제1차관 재직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며 지나치게 고환율 정책을 썼고, 당시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계약으로 다수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따졌다. 이에 최 후보자는 “키코 계약으로 인한 피해는 당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 후보자의 고압적인 답변 태도와 호전적인 말투가 논란이 됐다. 청문회 도중 “제가 설명드리겠다”며 의원들의 말을 자르거나 표정을 붉혔다.

“(필리핀대사 시절) 필리핀에 대한 느낌을 말해 달라.”(김낙성 의원)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사용했고, 필리핀은 같은 시기에….”(최 후보자)

“아니 (한국과 필리핀의) 비교가 아니라….”(김 의원)

“질문을 하셨으면 답을 들으셔야죠.”(최 후보자)

이를 지켜보던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이 “장관 후보자가 의원을 심문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최틀러(최중경+히틀러의 합성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실감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자는 이날 오후 늦게부터는 “(땅 매입이) 투기로 보일 여지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경위야 어떻든 반성한다”며 돌연 자세를 낮췄다. 투기 의혹을 받는 재산의 사회 환원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숙고해 보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청문회를 마칠 때 “15년 정도 정치하면서 이렇게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하며 고압적 자세를 가진 후보자를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하자, 최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에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억울해 목소리 톤을 높이기도 했지만 오늘 답변은 하늘에 맹세코 제 인격과 신을 걸고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장관직 수행을 위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지만,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오만불손하고 부동산 투기 능력은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국회는 19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각각 정병국 최중경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동영상=野 의원 맹공격, 표정 굳어가는 최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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