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안상수 아들 의혹’ 제기 이석현-박지원 고소

“무차별 폭로 반드시 대가 치러야”… 李 “내 불찰… 미안”

여상규 한나라당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4일 오전 서울남부지검에서 안상수 대표의 차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이석현 민주당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묻지마 폭로’에 대한 역풍이 거세다. 민주당은 14일 손학규 대표가 직접 나서 이 의원의 허위 폭로에 대해 사과했다.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의 사퇴와 여권의 자중지란으로 흔들렸던 한나라당은 이날 이 의원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한나라당의 공세엔 17, 18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 고개 숙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혹을) 발표해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의원도 진지한 사과와 유감 표명을 한 만큼 너그럽게 받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차남이 서울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부정 입학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지만 서울대가 “이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반박자료를 내면서 반나절 만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14일 전현희 원내대변인을 통해 서면으로 공식 사과했다. 이 의원은 “스스로 조사해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발언한 것은 제 불찰”이라며 “안상수 대표와 가족, 서울대 로스쿨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부정입학 의혹) 소문이 있었고, 이번에 제보가 들어와 상임위에서 조사해 보라는 취지로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 고삐 죄는 한나라당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인 여상규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검에 이 의원과 박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안 대표의 고소대리인을 맡은 여 의원은 고소장에서 “피고소인들은 오로지 정치적 야욕을 위해 상대방을 흠집 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폭로하고 보는 무책임한 후진적 정치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여 의원은 이 의원의 발언이 녹음된 파일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거짓 폭로 일삼는 박지원 원내대표의 뻥 정치’라는 표현을 써가며 “박 원내대표가 연출하고 폭로 전문가인 이 의원이 주연한 민주당의 ‘대국민 거짓 폭로극’이 하루도 안 돼 막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거짓 폭로 막말 시리즈’도 만들어 배포했다. 시리즈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이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해 거짓말 논란을 일으킨 박 원내대표의 각종 발언과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표도 사찰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이 의원의 폭로도 담겨 있다.

○ “무분별한 폭로 불이익 따라야”

전문가들은 이번 허위 폭로를 계기로 표를 얻기 위한 한탕주의를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살기(殺氣)의 정치’만 남은 듯하다”며 “정치가 퇴보를 넘어 저질화되는 것은 정치인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책임한 폭로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사회의 성역에 맞선 국회의원들의 의혹 제기는 의원들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