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새 양형기준 ‘범털’은 예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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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억 횡령 보람상조회장, 가장 낮은 징역 4년 선고
“거물변호사 전관예우 탓” 지적

‘유전무죄(有錢無罪)’ 시비를 낳아온 대형 경제사범들의 횡령, 배임 사건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처벌관행이 양형기준 시행 이후에도 여전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양형기준보다 낮은 형량이 선고된 일부 사건에서는 이들 ‘범털’(돈이 많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수감자를 가리키는 은어) 경제사범의 변호인을 거물급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아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7∼2009년 회삿돈 302억 원을 빼돌려 주식·부동산 구입, 자녀 유학비용, 생활비 등으로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기소된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최 회장의 혐의내용은 피해액이 300억 원 이상이어서 횡령·배임죄 제5유형에 해당한다. 하지만 재판부는 5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에 적용하는 제4유형을 선택했다. 형량구간도 보람상조가 최 회장의 ‘실질적 1인 회사 또는 가족회사’에 해당된다며 기본구간(징역 4∼7년)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상조회사의 성격상 수십만 명의 가입자가 낸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어서 가중구간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발간한 양형기준 해설집은 실질적으로 1인 소유의 회사 또는 가족회사라도 ‘범행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가 귀속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는 이를 감경 요소로 반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에 앞서 최 회장은 2006년 회삿돈 6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고 2009년 4월까지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상조업계에 대한 법적규제 미비가 범행의 원인이 된 점 △피해 회복을 위해 개인재산 일부를 회사에 넘긴 점 △합리적으로 업무를 개선할 의사가 있는 점 등을 감안했다며 선택한 형량구간 중에서도 가장 낮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법원 주변에서는 고등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변호인을 맡았기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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