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개각]경제부처 새 진용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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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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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국제경제통-물가전문가-금융해결사 날개달고 롱런

12·31 개각으로 새로 짜여진 정부 경제팀의 특징은 팀장 격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임된 대신 영역별로 현장에서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은 바뀌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경제부처 안팎에서는 이번 경제팀을 이명박 정부의 ‘2.5기’나 ‘3기’로 규정하기보다 ‘윤증현 경제팀 2기’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기 경제팀은 2008년 2월 현 정부 출범 때의 강만수(현 대통령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팀, 2기는 2009년 1·19 개각 이후의 윤증현 팀을 지칭한다.

윤 장관의 유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극복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 △6%가 넘는 경제성장률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대 회복 같은 경제성과를 평가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당연히 새해 경제정책도 당장 큰 변화를 주기보다는 ‘안정 속의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특별한 정치적 상황변수가 없는 한 윤 장관의 롱런이 예상된다”며 “근래 보기 드문 최장수 재무장관의 기록을 세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금까지 재무장관 중 최장수는 1년 8개월간(2000년 8월∼2002년 4월) 재직한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다. 윤 장관은 이미 1년 10개월 근무했고, 내년 2월이면 재임 만 2년을 넘기게 된다.

청와대에 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가 실물경제 현장에 뛰어들고, 김석동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경제팀에 새로 합류한 것을 놓고 관가에서는 “노련한 윤증현 팀이 추진력과 전문성의 날개까지 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사람 모두 실력과 뚝심을 겸비한 정통 경제관료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김 내정자는 관료 시절 금융시장 안정과 발전을 위해 ‘관(官)의 역할론’을 강조했던 만큼 앞으로 금융위가 추진하는 각종 금융정책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월권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경영지배구조개선법안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 내정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확산에 정책의 중점을 두겠다. 기업인과 국민을 계속 만나며 친서민, 현장중심의 정책기조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욕적인 소감을 밝혔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국제금융 전문가인 최 내정자를 지식경제부로 보낸 것은 새해 상반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유가 등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새해 정부 목표인 5% 성장을 달성하면서 3%대 물가 안정을 이뤄야 하는 것이 이번 경제팀의 1차 숙제라는 설명이다. ‘물가 전문가’로 통하는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는 수출입은행장으로 일하면서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파악한 경험을 살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환경을 조성하고 서민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을 맡았다.

다만 이번 경제팀의 주요 멤버가 대부분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를 마피아에 빗댄 용어)’ 출신이어서 팀워크는 좋을지 몰라도 다른 경제부처의 소외감도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후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기획재정부의 차관급 인사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면서 정부과천청사에서는 ‘경제팀이냐, 모피아팀이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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