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해상 전진기지 ‘준비 완료’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재개 방침에 북한군이 타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19일 연평도 인근 바다에 설치된 해군의 해상 전진기지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연평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군의 연평도 해상사격훈련을 앞두고 국제사회가 긴박하게 움직이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청와대와 국방부는 결연한 의지로 준비상황을 한 번 더 점검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통상 일요일에 열리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도 하루 앞당겨 18일 마쳤다. 19일이 칠순 생일, 결혼 40주년 기념일, 대통령선거 승리 3주년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간단한 가족모임만 가졌다. 한 참모는 “대통령으로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며 깊은 구상을 하는 시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안보 당국 “흔들림 없다”
국방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통상적인 훈련인 만큼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단호한 자세를 견지했다. 그동안 매달 한 차례씩 실시해 왔고 사격 방향도 늘 그렇듯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연평도 서남쪽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날 한결같이 “날씨만이 변수”라는 말을 반복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우연히 마주친 자리에서 “기상만 좋다면 20, 21일 중 반드시 훈련을 하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이 고위 관계자는 과거 구한말 강대국의 입김에 나라의 운명이 좌지우지됐던 ‘역사의 아픔’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그런 나라가 아니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 채널을 통해 사격훈련을 만류하고 있지만 이 때문에 훈련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의미였다. 이는 지난달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 이후 한국사회가 겪은 혼란과 안보 불안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북한의 도발의지를 꺾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다만 안보 당국은 훈련이 연기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진 않았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 21일 날씨가 18일보다 나쁘면 연기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번 훈련을 둘러싼 안보 불안감 때문에 한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훈련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8∼21일이라는 공표 날짜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20, 21일 연평도 해역에는 낮에는 구름이 많고, 저녁 이후에는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
○ 유엔 안보리에 불만 표시
청와대는 러시아의 요구로 열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한국 시간 21일 오전 1시 개회)에 무게를 두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안보리 회의는 예정된 훈련을 미룰 요인이 안 된다. 안보리 회의 개최를 요구한 러시아가 뭔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평가했다. 안보리가 열리더라도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도발 행동에 대한 규탄이 먼저 논의될 공산이 크다”는 게 정부가 파악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대체적인 기류다.
외교 당국자들은 안보리 회의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는 연평도에서 북한의 군사도발로 우리 민간인이 죽었을 때 회의를 소집하지도 않았고,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 하나 내지 못했다. 그런 안보리가 실시하지도 않은 우리의 정상적 군사훈련을 앞두고 회의를 연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떨떠름해했다.
정부는 안보리가 개최되더라도 미국과 영국 등 상임이사국이 북한에 3대 선결과제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안보리가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안보리가 이미 통과시킨 제재 결의안 1718, 1874호를 북한이 위반한 것을 어떻게 시정할 것인지 △북한의 유엔헌장 위반(연평도 포격 도발)을 어떻게 질책할 것인지 등을 먼저 논의하도록 회의의 흐름이 잡힐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 군은 훈련 준비 완료
군 당국은 이미 사격훈련에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의료진도 비상 대기시켰고 공군 전투기 F-15K와 KF-16 기지에 비상출격 태세를 유지하도록 했다. F-15K에는 사거리 278km의 지상공격용 미사일 AGM-84H(슬램-ER)과 사거리 105km의 공대지 미사일 AGM-142(팝아이)가 장착돼 있다. 미군 통신요원들은 북한군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교란 전파를 방해하는 특수 장비를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사령부에는 KDX-Ⅱ 구축함을 비롯해 각종 초계함과 고속정이 비상대기하고 있다. 2함대 관계자는 “이미 연평도 주변에 고속정이 상주하고 있으며 만약의 경우 함포 사격 지원을 위해 모든 전력을 집중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주한미군의 대북 정보분석과 통신, 의료 요원은 연평도에서 임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대 연평부대 관계자는 “20일 사격훈련이 곧 실시된다는 가정 아래 전력 배치를 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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