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靑지휘 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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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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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靑 확전자제’ 질타… “2차포격땐 전투기로 때렸어야”

軍통수권자와 국방장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확전 방지’ 발언 여부가 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발레리 드미트리예비치 조르킨 러시아 헌법재판소장과의 면담 도중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이 있었다고 했다가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軍통수권자와 국방장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확전 방지’ 발언 여부가 논란에 휩싸인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발레리 드미트리예비치 조르킨 러시아 헌법재판소장과의 면담 도중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오른쪽)은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발언이 있었다고 했다가 부인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의 기습적인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청와대의 지휘가 적절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국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이 군의 보복 강도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고 청와대는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북한이 포격 도발을 개시한 23일 오후 2시 34분 이후 청와대에선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청, “거의 실시간 보고받았다”

이날 국가원로자문회의 위원들과의 간담회 및 오찬 일정을 마치고 본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급한 보고가 전달됐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24일 “합동참모본부 의장보다도 더 일찍 보고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빨리 보고됐다”고 전했다.

물론 초기 단계라 몇 시에 몇 발이 떨어졌는지, 포격이 계속되고 있는지, 군과 민간의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보고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교안보라인의 한 핵심 참모는 2시 50분경 방송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도발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에서 “현재 호국훈련 중인데…”라며 “아직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에 청와대 춘추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던 김희정 대변인도 “상황을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 MB의 첫 지시는?


‘1보’를 접한 뒤 청와대 고위 참모들과 함께 지하별관의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지하벙커)로 이동한 이 대통령의 첫 지시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였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24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이 발언의 진위가 도마에 올랐다. “국군통수권자가 확전을 두려워하고 그런 지시를 하니까 우리 전투기까지 무장해 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북한 기지를 못 때린 것 아니냐”(한나라당 유승민 의원), “대통령 지시는 명확해야 한다. 확전은 안 된다면서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하면 따를 수가 없다”(민주당 박상천 의원)는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김태영 국방장관의 답변은 혼선을 더 부추겼다.

이 대통령의 최초 지시가 뭐였느냐는 유 의원의 질의에는 “단호하지만 확전되지 않게 관리하라는 걸 겸해서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당 김옥이 의원 질의에 “적절히 대응하되 확전으로 가지 말라는 건 기본적인 얘기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이 “확산 방지 언급이 상황 종료 전이냐, 상황 종료 후냐”고 묻자 김 장관은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발언을 저는 듣지 못했다”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유 의원이 “왜 오전과 답변이 다르냐”고 따지자 김 장관은 “오전 답변도 그런 뜻이 아니었다. 저는 못 들었다”고 항변했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별도의 브리핑에서 “결단코 이 대통령이 직접 한 말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벙커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비슷한 얘기를 했고 이를 홍보수석실의 또 다른 ‘누군가’가 춘추관을 통해 기자들에게 잘못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준(準)전시에 해당하는 엄중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 없이 옮기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점에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잘하려다가 헛발질을 한 것이다. 상황이 좀 꼬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로 군이 강도 높은 대응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한 이 대통령의 진의가 잘못 전달됨으로써 공연한 오해와 논란을 불렀다는 얘기다. 한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 질의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확전 막으라’는 대통령 발언은 적절했다. 대통령도 전쟁을 원치 않지 않느냐”고 했고, 임 실장은 “(대통령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데 ‘확전 막으라’는 발언은 초기에 언론에 잘못 나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 MB의 실제 작전 지시는 무엇?

청와대 지하벙커에는 해군전술지휘체계(KNTDS)가 설치돼 있어 이 대통령은 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민구 합참의장 등과 군사작전에 대한 대화도 주고받았다.

북한의 포격 상황을 보면서 이 대통령은 “몇 배로 응징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포탄 수만 놓고 보면 우리 군은 ‘몇 배 응징’에 부족한 대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이 대통령에게 “연평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다했다”고 보고했으며 실제 우리 군은 80발 정도밖에는 쏠 여력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투기 폭격 여부를 놓고 이 대통령과 한 합참의장이 어떤 전략 전술적 판단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 해안포기지 부근에 (북한) 미사일기지가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그쪽에서 도발의 조짐을 보이면 타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미사일 공격 조짐을 우리 전투기 공격 여부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동영상=폐허로 변해버린 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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