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카드’ 공개… 북미 치열한 기싸움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1일 1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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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전격 공개함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HEU 개발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섰을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으며 북핵 문제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길게보면 2002년의 이른바 'HEU 파문'으로 시작된 미국과 북한 간 진실 게임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북한은 제임스 켈리 대북특사가 2002년 10월 방북시 'HEU 의혹'을 제기한 이후 HEU 프로그램의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아왔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의 HEU 정보 판단이 의도적으로 과장됐다는 의혹이 대두됐었다.

하지만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작년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 1874호에 반발하며 우라늄 농축 작업 착수를 선언했고, 이후 9월에는 우라늄 농축 실험 성공을 공언했다.

결국 북한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핵무기로 가는 '두가지 통로'를 완전 공개한 셈이 됐다.

두가지 통로는 물론 ▲플루토늄 무기화를 통한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 ▲우라늄 농축 기술에 기초한 경수로발전소 건설을 의미하며, 북한의 입장을 비공식 대변하는 '조선신보'가 18일 이를 보도했다.

이 가운데 HEU 프로그램은 플루토늄 핵무기와 달리 지하 소규모 공간에서도 제조할 수 있고 이동도 편리해 추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도 핵 확산 방지차원에서 플루토늄 핵무기보다는 우라늄 기술을 통한 핵무기의 확산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심분리기 공개에도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완전히 확보하는 기술까지 확보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미 양국 당국자들은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과의 대응방안 협의를 위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범정부 대표단을 20일 긴급히 출발시킨 점이나 한국도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22일 중국에 보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동안 북한이 꼭꼭 감추어 두었던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개한 것에는 다목적 의도가 담겨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로 보여진다.

이번 원심분리기 공개 역시 최근 영변에 새로운 경수로를 건설 중이라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현재의 국면을 뚫기 위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다.

물론 북한의 후계구도 구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로 발돋움하려는 김정은이 새로운 핵 억지력의 상징으로 `우라늄 핵개발'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와 다른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우라늄 핵 카드는 북핵 협상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장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행조치를 6자회담 재개조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북핵 문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6자회담 행보가 빨라질 수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서 미국이 기존 6자회담재개의 조건을 완화하는 등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당장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로 대화로 당장 입장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도 나온다.

미 정부 관계자들도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과거의 합의를 준수하겠다는 구체적인 행동과 진지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재협상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장기적인 대북대화 부재에 대한 우려가 그동안 있었다는 점에서, 서서히 대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북한의 핵 추가 개발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 온 `핵 없는 세상'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중.일 긴급 순방에 나선 보즈워스 대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일단 미국은 한.중.일.러 등 북핵 6자회담 나머지 5개국과의 공동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플루토늄 외에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새로운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음이 확인된 만큼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을 좀 더 설득,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계적인 핵확산 문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는 미국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할 경우 북한과의 협상에 전격적으로 나서거나 6자회담 재개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 경우 북한과의 협상 재개 전에 ▲비핵화 조치 선행 ▲천안함 사건에 대한 성의있는 조치를 사실상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국의 입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물론 북한은 당분간 '주체 경수로 건설'의 권리를 주장하며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전선을 흩트려 놓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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