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막오른 김정은 시대]‘김정은과 악연’ 오극렬의 몰락

동아일보 입력 2010-09-30 03:00수정 2010-09-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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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박스’ 작전국 주무르다… 김정은이 가로채자 저항
28일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약진한 인물이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이라면 가장 뚜렷이 몰락한 인물로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사진)을 꼽을 수 있다.

오극렬은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15주기 중앙추모대회 때 주석단 서열 7위에 올랐다. 적지 않은 전문가가 오극렬이 이번 인사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정치국 상무위원은 고사하고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도 오르지 못했다. 당 중앙위원 124명 중 한 명에 그쳤다.

그는 왜 이렇게 추락한 것일까. 올해 초 북한의 한 고위 소식통은 동아일보에 흥미로운 증언을 했다. 그는 당시 김정은의 후계구도에 오극렬이 가장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남한의 보도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오극렬은 김정은의 살생부 맨 앞자리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초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은 가장 먼저 오극렬이 지휘하던 노동당 작전부부터 자기 수중에 넣었다. 김정은은 해외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인지 대외 정보 및 공작망을 틀어쥐는 데 집착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김정은은 2007년 인민무력부 정찰국에 대외정보기관을 만들도록 지시했지만 해외정보망이 명령 하나로 만들어질 순 없었다.

그러자 김정은은 지난해 초 후계자로 지명되자마자 정찰국과 작전부, 35실을 합쳐 정찰총국을 신설하고 모든 권한을 틀어쥐었다. 이때 김정은의 손발이 됐던 인물이 정찰총국장에 오른 김영철이었다. 김정은이 해외정보망을 장악하려 한 목적은 정보수집 활동보다는 기존의 공작 조직이 비밀리에 벌어들이던 달러를 수중에 넣기 위한 데 있었다.

20년 가까이 작전국을 통솔하며 막대한 외화를 좌지우지하던 오극렬은 새파랗게 젊은 김정은과 후배인 김영철이 자신의 외화벌이 왕국을 한순간에 가로채자 이에 저항하다 결국 김정은의 눈 밖에 났다. 몇 년 전에도 오극렬은 당 검열 과정에서 자식과 사위 등 일가 상당수가 이권을 틀어쥐고 막대한 외화를 착복한 것이 적발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후계자에 오르기 위해 외화벌이 창구가 절실했던 김정은과 움켜쥔 이권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오극렬 사이에 벌어진 ‘달러 전쟁’은 결국 오극렬의 몰락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는 게 북한 소식통의 설명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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