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 ‘낙하산 관행’도 ‘공정’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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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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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사회 전 분야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내리겠다고 천명했으나 ‘전리품’ 성격이 강한 공공기관 감사직 인선을 놓고는 우물쭈물 종래의 ‘낙하산 관행’을 답습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동아일보가 확인해본 결과 8, 9월 중 교체된 한국가스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철도공사 국민연금공단 등 10개 공공기관의 상임감사 중 절반(5명)이 한나라당에 몸을 담았던 경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감사도 해당 공공기관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외부 인사들이다.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인 ‘알리오(Alio)’에 따르면 국내의 주요 공공기관 101곳 가운데 16곳이 올 10∼12월 감사 임기가 만료된다. 또 8, 9월 감사 임기가 만료된 10곳에서 후임자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 감사직 낙하산 관행도 공정한 사회의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여론이 일면서 청와대 관련 참모들은 최근 ‘공정한 사회와 감사 선임 기준’을 놓고 내부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기치로 내건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 때 기여한 이들에게 감사직을 주는 게 적절한지, 관행대로 ‘낙하산 인사’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지가 주된 논의대상이었다.

한 참석자는 “공정한 사회를 너무 교과서적으로 전 분야에 적용하기엔 이르다는 현실론이 우세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자기의 돈과 시간을 써 가며 선거운동을 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거나 “다음 대선 때 헌신을 기대하려면 논공행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정치권 인사를 발탁하지 않는다면 결국 관료나 공기업 내부인사가 감사직을 맡는다. 이런 경우 과감한 내부 수술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도 공정한 사회라는 가치가 ‘현실론’을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에게 역량에 맞는 자리를 주는 게 문제될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공정한 사회 때문에 (정치권에 자리를 안 주는) 가혹한 인사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물론 청와대 내부 토론에서는 “전문성도 없는데 선거를 도왔다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배려하는 관행이 공정한 사회 만들기를 천명한 8·15 광복절 경축사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곤란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관행을 확 바꾸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달라졌다는 믿음은 국민에게 줘야 한다”며 “낙하산 인사란 결국 공모(公募)의 형식을 갖춰놓았지만 들러리만 세우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에 답을 내놓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지원 변호사는 “정치권이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정당인에게 감사직을 나눠주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 사이에선 재임 기간 어떤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없이 ‘연임 불가’ 원칙만 되풀이하는 것 자체가 공기업 감사직을 전리품 정도로만 여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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