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국가발전硏세미나 “北에 쌀 지원하면 지배층에만 갈 것”

동아일보 입력 2010-09-11 03:00수정 2010-09-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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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층 주민 평소 쌀 못먹어… 진짜 수해 주민 도우려면 옥수수-밀 등 잡곡 보내야”
1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북한 급변사태 시 긴급 식량구호대책’ 세미나에서 토론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정부가 북한에 수해 지원용으로 쌀을 지원하면 평양의 당 간부 등 지배층에게 갈 것이므로 진짜 수해 주민을 도우려면 옥수수 밀 등 잡곡을 지원해야 한다고 고위 탈북자가 주장했다.

북한 내각(행정부)에서 경제 관료로 일하다가 2003년 탈북한 김태산 씨(전 체코 주재 신발기술회사 사장)는 10일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이사장 박관용, 원장 김석우)이 주최한 ‘북한 급변사태 시 긴급 식량구호 대책’ 세미나에서 “1990년대 경제난 이후 북한에서 쌀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평양에 사는 당 간부 등 일부 지배층뿐이고 수해를 당한 하층 주민들은 평소에도 전혀 쌀을 먹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에 따르면 북한 내부 규정상 평양에 사는 지배층은 배급으로 쌀 70%, 잡곡 30%가 섞인 식량을 배급받지만 지방 주민들은 혼합 비율이 쌀 10%에 잡곡 90%를 받는다. 그러나 이는 규정일 뿐 지방 주민들은 해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생일 때에만 수십 년 묵은 쌀을 배급받아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씨는 “과거 정부의 햇볕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해마다 지원한 40만 t가량의 쌀을 일반 주민이 아닌 당 간부 등 지배층이 먹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옥수수 5만 t(2008년)과 1만 t(2009년) 지원 제의를 거절한 것은 지배층이 옥수수를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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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북한에 쌀을 주면 배급(제)을 회복시켜 주민들을 출근시키고 사상교육에 동원해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괴롭게 한다”며 “김정일이 사라지고 누가 후계자가 되든 새 정권이 들어선 뒤 쌀을 줘 중국식 개혁 개방을 유도하고 이들이 중국으로 붙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홍성국 극동문제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한 뒤 초기 안정화를 위한 2개월 동안 남한이 북한에 지원해야 할 식량은 69만3000t”이라고 추산했다. 양임석 녹색재난안전연구원장은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남한 정부가 예비군이나 탈북자 등으로 구성된 선발대를 파견해 직접 식량을 분배해야 한다”며 “현재 170만 t에 이르는 정부 비축미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이 북한 급변사태와 관련한 세미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연구원은 2006년 9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지난해 10월에는 ‘북한 급변사태의 우선적 과제와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 차례 세미나는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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