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급물살]통일부, 北 역제의에 놀랐나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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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요구내용 사흘간 숨겨 논란… 중장비 군사적 전용도 우려한듯 북한이 4일 수해지원용 쌀과 시멘트 등을 요구한 사실을 통일부가 사흘이나 숨겨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55대승호를 송환한 것은 쌀 지원 요구에 대한 ‘선불지급’ 성격으로 볼 수 있는데도 이를 즉각 공개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6일 북한이 나포한 어선 55대승호의 송환을 발표한 뒤 ‘수해 지원 제의에 북측의 반응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7일 오전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뒤늦게 북측이 이미 사흘 전 쌀과 중장비, 시멘트 등을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더욱이 통일부는 북측 통지문의 수신인이자 수해 지원의 주체인 대한적십자사(한적)에도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북측의 지원 요청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은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던 정부로서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쌀 지원 요구에 방침을 정리하기 어려워 요구 사실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을 수 있다. 쌀과 중장비 등을 지원할 경우 북한이 이를 군사적 용도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민이 길어진 요인일 수 있다. 정부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 북측에 ‘먼저 55대승호를 송환하라’고 제안한 뒤 때를 기다려 공개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통일부가 왜곡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국민이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할 기회를 막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북측이 어떤 의도에서 이런 제의를 했는지 정부도 검토하고 나름대로 판단할 시간이 필요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100%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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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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