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등 3인 사퇴 후폭풍]한나라 의원 연찬회 ‘낙마사태’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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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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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임명의지 워낙 강해서 검증 제대로 못했을 것"

30일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부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안상수 대표(앞줄 왼쪽)와 김무성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앉아 있다. 이날 공직 인사 검증 라인 인책론을놓고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30일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부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안상수 대표(앞줄 왼쪽)와 김무성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앉아 있다. 이날 공직 인사 검증 라인 인책론을놓고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이후 당청 관계에 미묘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청와대가 청문회를 통과한 후보자 7명을 30일 임명하면서 ‘청문회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날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선 ‘8·8 개각’의 인사검증 라인을 겨냥한 인책론이 제기됐다. 당내에선 인책론의 수위를 놓고 강경론과 온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 인책론 vs 신중론

이날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부 공무원 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선 개각의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개혁 성향의 초선인 김성식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청와대에서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그룹의 정두언 최고위원은 “청와대 수석을 바꾸는 것보다 행정관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하다”며 “신상필벌은 인류가 원시시대부터 만든 조직 관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는 사람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며, 자리와 사람도 필요에 따라 바꿔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부 의원은 인사비서관 중심의 인사 라인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정점으로 한 검증 라인이 엇박자를 내는 바람에 부적격자가 걸러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 3선 의원은 “김 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인사 라인이 검증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번 인사 검증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청와대에 대한 일방적 비판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권영세 의원은 “청와대가 새 진용을 갖춘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수습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책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고, 초선의 홍정욱 의원은 “초상집인 청와대에 뭘 하라고 요구하면 나쁜 사람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김 총리 후보자 사퇴를 촉구했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적으로 인책론과 관련해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연찬회에는 청와대에서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청와대 고위인사가 당 연찬회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대체적 평가다.

○ 한나라당 지도부의 다른 목소리

이날 연찬회에서는 청와대 인책론을 놓고 안상수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렸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롭게 출발하자”며 인책론 제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친이 직계 일부 의원도 “지금은 책임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 청문회 제도의 문제를 보완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초·재선 의원과 비슷한 톤으로 청와대 인책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한 최고위원은 “청와대 인책론 문제는 권력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어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일부 친이 직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번 청문회 사태가 빚어진 책임을 청와대뿐 아니라 당에서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당이 김 후보자 측과 사전 협의도 안했다. 청문위원도 야당에 비해 너무 약한 의원들로 포진됐다. 원내 대책 수립에 문제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 “정부, 말로만 친서민” 질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2011년 예산안 및 세제개편안’ 보고를 들은 뒤 “재정부가 친서민 예산을 삭감하고 오히려 친서민에 반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권영진 의원은 “정부는 말만 서민, 서민 하면서 실제로 예산을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하면서 저소득층 성적우수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예산편성이 안 돼 한 푼도 못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수 의원은 “자영업자 400만∼500만 명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친서민에 반대되는 쪽으로 세제개편안의 방향이 잡혔다”며 “이 사람들이 정부를 칭찬하겠는가, 욕하겠는가. 정부가 정무적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안=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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