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사 친노-친박 껴안기…“원칙 깬 사면”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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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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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안 의결 위해 국무회의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8·15광복절 특사안을 의결하기 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왼쪽),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오른쪽)과 함께 임시 국무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동주 기자
특사안 의결 위해 국무회의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8·15광복절 특사안을 의결하기 위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왼쪽),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오른쪽)과 함께 임시 국무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동주 기자
법무부는 13일 8·15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국민통합을 도모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전 정부의 인사와 경제인 등을 폭넓게 사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를 맞아 화해와 포용의 분위기 속에서 국력을 결집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막바지 노력을 가속화하는 데 이번 사면이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세종증권 매각 비리로 2008년 11월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된 노건평 씨(68)는 9개월 정도 남은 형 집행을 모두 면제받게 돼 14일 오전 10시경 창원교도소에서 석방된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민들은 “잘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봉하마을 박영재 번영회장은 “건평 씨가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면을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면이 국민통합의 명분을 앞세운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면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권력을 이용해 검은돈을 받았던 범죄가 드러난 전(前) 정부의 권력실세들이나 현 정부 임기에서 실시된 총선에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인사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3명이 감형 또는 형선고실효의 사면을 받았는데 ‘박연차 게이트’ 사건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인사가 적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한쪽에서는 여전히 재판이 진행 중인데, 한쪽에선 판결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사면이 이뤄졌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 등 친박연대 관련자 3명을 특별감형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18대 총선 당시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재임기간 범죄 불관용’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부는 “돌연사 등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고 당장 석방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형기의 절반만 줄여주고 계속 수감생활을 하는 것”이라며 ‘제한적 관용조치’란 점을 강조했지만 원칙을 깬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서 전 대표의 경우 감형 이후 가석방 조치가 있을 것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친박(친박근혜)계를 달래기 위한 변칙적 사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형집행정지를 받아 외부 병원에 있는 서 전 대표는 이번 감형조치로 남은 형기가 ‘1년 26일’에서 ‘6개월 13일’로 줄어들었다. 서 전 대표는 이달 17일 만료 예정인 형집행정지가 연장되지 않으면 의정부교도소에 재수감된다.

한편 ‘신정아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기소됐다 집행유예가 확정된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번에 사면 복권돼 공직 출마 등이 가능해졌지만 신정아 씨는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해=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재계 “경기 회복-기업인 사기 진작에 큰 도움” ▼

이번 특별사면에 주요 기업인이 대거 포함된 것에 경제단체와 관련 기업들은 13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현 정부 들어 사면 때마다 내심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던 재계가 모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이번 사면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청와대에 특별사면을 건의한 78명 가운데 18명이 포함됐다.

경제단체들은 정부가 ‘경제인 사면은 기업 활성화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적극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경련은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지만 한 관계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위해 뛰어달라는 뜻으로 특별사면을 실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논평을 통해 “기업인 사면 조치가 경제 활력 회복과 기업인의 사기 진작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환영한다”면서 “경제계는 준법 경영과 대·중소기업 상생, 사회적 책임 이행 등에 힘을 쏟아 국민들의 신뢰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협도 논평을 통해 “사면된 경제인들이 일자리 창출과 수출 경쟁력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준기 회장이 사면된 동부그룹은 “앞으로 김 회장은 국가 경제의 신성장 동력이 될 사업, 특히 첨단 소재와 반도체, 로봇 같은 미래형 사업에 대한 투자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채형석 부회장이 사면된 애경그룹은 “투자 확대 및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라는 뜻으로 알겠다”며 반겼다. 전임 수장들이 사면된 포스코(유상부 전 회장), 해태그룹(박건배 전 회장), 현대증권(이익치 전 대표) 등도 비공식적으로 반가움을 표시했다.

반면 관련자들이 대거 사면된 삼성그룹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삼성은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전략지원팀장을 지낸 김인주 상담역 등 5명이 사면됐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특별사면으로 복귀한 데 뒤이은 이번 사면으로 삼성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8명 중 6명이 복권하게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번 사면을 계기로 옛 전략기획실과 같은 조직을 물밑에서 가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형집행면제:
복역 중인 사람의 남은 형기의 집행을 면제하고 즉시 석방

:형선고실효:
집행유예 기간인 사람의 피선거권 제한 등을 풀어주기 위해 형 선고의 효력 자체를 상실시키는 조치

:특별감형:
복역 중인 사람의 남은 형기 중 절반을 줄여주는 조치

:특별복권: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아 생기는 피선거권 제한 등의 결격사유를 해소하는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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