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도 ‘영포회’ 폭로전 與, 전대 직전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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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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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헌 “정두언과 가까운 총리실 간부가 野에 자료 제공”

정두언-박영준 파워게임에 친박 핵심 이성헌까지 가세
김유환-신건 “사실 아니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은 11일 “(경북 영일 포항 지역 고위공무원 친목모임인) 영포(목우)회의 인사 개입 문제 등과 관련된 자료를 국무총리실 김유환 정무실장이 민주당 신건 의원에게 제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에서 열린 전당대회 후보비전발표회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그러면서 그는 “실명 거론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재선의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이 의원의 주장은 여권 내부에서 야당을 매개체로 ‘파워 게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불을 지핀 것이다. 당사자들은 즉각 사실 관계를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여권 주류 진영의 ‘파워 게임’이 친박계까지 맞물린 이전투구로 번지는 양상이다.

○ 이성헌, 정두언 ‘정조준’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 실장은 친이(친이명박)계 소장파 핵심인 정두언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정 의원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선진국민연대 출신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라인의 권력 사유화와 인사전횡 의혹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정 의원이 최근 야당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일축하는 상황에서 이성헌 의원이 정 의원과 가까운 김 실장을 거론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은 “정 의원이 (야당에) 자료 전달을 한 적이 없다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김 실장)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해석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본다”며 정 의원과 김 실장을 함께 조준했다. 특히 김 실장을 겨냥해 “국정원에 있을 때 요직을 거쳤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악성 음해하는 문건을 만드는 팀에 관계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신 의원에게 전달해 권력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 김유환 “법적 조치 취하겠다”

김 실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의 발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언급할 가치도 없다”며 “이 의원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면책특권 적용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최대한 이른 시일에 법적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의 발언과 달리) 나는 국정원 시절 서울시를 출입한 적도 없고, 당시 정 의원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며 “민주당 신 의원과도 국정원 재직 중은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개인적으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신 의원도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은 이런 주장을 해야 이목을 끌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안 그래도 국민이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불신하는데 이런 짓을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내가 국정원장을 할 때 김 실장은 간부가 아니어서 함께 일했다고 할 수 없다”며 “총리실 항의방문 때 (김 실장이) 안내를 하기에 그때 본 게 전부일 뿐, 최근에 만나거나 연락한 일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폭로 나선 친박, 鄭총리 견제? 친이갈등 부채질?

정치권에선 이 의원의 발언 배경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정운찬 총리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설이 힘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가 김 실장을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TF’를 주도적으로 맡아 박 전 대표에 대한 ‘뒷조사’를 한 인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지만 친박 진영은 김 실장을 공격해 박 전대표의 여권 내 잠재적 경쟁자인 정총리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실장도 이날 기자들에게 “자기(이 의원이)가 모시는 주군(박 전 대표)이 (정 총리와) 잠재적 경쟁자 관계라고 생각해서 그런지”라고 말했다.

친박계가 친이계 내 ‘정두언 그룹’과 ‘박영준 차장 라인’의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계산이라는 시각도있다. 표적으로 삼은 김 실장이 정의원과 가까운 만큼 박 차장 라인과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김 실장이 총리실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박 차장의 견제가 심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김 실장은 박 차장과의 관계에 대해 “(과거 갈등설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지금은 아무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여기엔 친박계 핵심인 이 의원이 친이계 핵심인 정 의원과 평소 불편한 사이라는 점도 한몫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과 정의원은 같은 호남 출신인 데다가 지
역구도 서울 서대문갑, 을로 인접해있지만 그동안 공천 등을 둘러싸고서로 날을 세워 왔다. 당내에선 정의원이 먼저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내자 이 의원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전대에 나섰다는 소문까지 나올 정도였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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