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에 없던 ‘검-경 개혁’ 추가…“선거패배 네탓 전에 내탓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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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설 이모저모

이명박 대통령의 14일 연설은 ‘대국민 담화’ 성격은 아니었지만 6·2지방선거 후 12일 만에 나온 ‘고심의 보따리’였다. 이 대통령은 발표 직전까지도 자구 하나하나의 수정을 거듭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그리스 월드컵 경기 결과를 언급하며 “정말 신났다. 손녀딸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라고 감격해 하는 걸로 연설을 시작했지만 사전에 배포된 원고에는 그런 표현이 없었다. 또 각 분야의 선진화 개혁 대상이 당초 원고에는 ‘규제, 공기업, 노사, 교육’으로 돼 있었으나 이 대통령이 최근 스폰서 검사 논란에 따른 국민들의 비판 여론을 반영해 ‘검경’을 직접 추가했다. 4대강 사업 대목에서도 당초 원고는 재해 복구비용에 들어가는 ‘막대한 돈’을 줄일 수 있는 사업이라고 돼 있었으나 ‘수조 원의 돈’으로 해마다 들어가는 피해액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도 이 대통령이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확고한 안보태세 구축과 친서민 중도실용 기조 강화의 투트랙(Two-track)으로 집권 후반기 국정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선 “군의 여러 문제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 책임질 일을 한 사람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요즘 ‘따뜻한 국정’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고 있다”며 “금년 하반기쯤 되면 자영업자와 서민 중산층도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선거는 졌을 때 더 큰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남의 탓을 하기 전에 ‘내 탓’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지방선거 책임 및 인적쇄신을 놓고 당청 간에 불거진 갈등 양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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