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 박근혜, 세종시 갈림길서 ‘차기 파워게임’ 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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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실과 다른 말 하나”… 친박계, 鄭대표 사과 촉구
“친박측 사실은 뭘 뜻하나” 鄭대표 반박… 의총장 떠나
친이 - 친박 첨예 대치 속 ‘靑입김’ 개입여부 촉각

23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정몽준 대표와 유정복 의원은 정 대표가 전날 한 ‘박근혜 전 대표의 이명박 대통령 회동 거부’ 발언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정 대표가 의도적으로 이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해 ‘박근혜 흠집내기’에 나섰다며 발끈했다.

○ 정몽준-친박 정면충돌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 의원은 이날 의총이 열리자마자 신상발언에 나서 정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이후인 4일 박 전 대표는 주호영 특임장관과 만나 ‘대통령이 만나자는 것은 좋은 일이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지만 잘못하면 견해차만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했고 주 장관도 이에 동의했다”며 “정 대표는 여러 차례에 걸쳐 사실이 아닌 걸 말해 오해 소지가 많았고 (이번에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발언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어제 제 의총 발언이 유 의원의 말과 큰 차이가 없다”며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박 전 대표의 선거 지원 여부와 관련한 발언을 박 전 대표가 문제 삼은 사실까지 거론했다. 정 대표는 “기자들이 묻기에 ‘박 전 대표님이 (한나라당) 후보가 잘되길 바라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박 전 대표가 전화로 ‘왜 내가 이야기한 것과 다르냐. 선거에 간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왜 그랬느냐’고 했다”며 “박 전 대표가 ‘우리 후보가 잘 안 되길 바란다’고 말하는 게 사실이라는 것이냐. (이 일을 놓고) 박 전 대표가 몇 달 전 본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정 대표와 전화하는 게 겁이 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정 대표의 발언 도중 유 의원은 자리에 앉은 채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말씀하지 않았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결국 정 대표는 발언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의총장을 떠났다.

○ 정 대표 발언 배경은

정 대표의 전날 발언 배경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정 대표의 발언이 첨예하게 맞선 친이-친박 간 ‘힘의 균형’ 상태를 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립 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정 대표가 박 전 대표의 면담 거부 사실을 공개하면서 박 전 대표가 대화를 거부하며 고집스럽게 세종시 논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며 “당 대표로서 세종시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이겠지만 정치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친박 진영이 정 대표 발언의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고 나온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정 대표 주변에서는 세종시 문제로 확실하게 차기 대선 주자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선제구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이와 친박의 틈에 끼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당 대표로서 주류 측과 호흡을 맞춰 세종시 문제를 정면 돌파할 경우 정국의 중심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세종시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지난해 말부터 정 대표의 지지율이 안정적인 10%대에 진입했다”며 “박 전 대표의 고집스러운 모습에 실망한 보수층이 정 대표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친박 진영도 정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양측의 신경전이 이제 전면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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