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이 띄우는 설 공개 연하장]우윤근→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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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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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우윤근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에게

《경인년 설을 앞두고 여야 국회의원들이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서로에게 연하장을 보냅니다. 막말과 몸싸움으로 지새워야 했던 기축년(己丑年) 한 해 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서로에 대한 미안함 아쉬움 고마움을 꼭꼭 담았습니다.》

미디어법 본회의장 진입
배신감에 휩싸인 내게
미안하다 전화해준 金의원
믿음의 관계 계속되길…


존경하고 사랑하는 벗, 김정훈 부대표에게

경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비록 여야로 갈려 있지만 1957년생 닭띠 동갑내기이며 76학번 동기로서, 또 변호사 출신으로서 마음이 잘 맞고 뜻도 잘 통하는 김 의원을 저는 어디서나 “가장 신뢰하는 친구”라고 부릅니다.

지난해 7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로 나란히 임명됐을 때 진심으로 기뻐하며 새로운 여야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하자고 결의를 다졌었지요. 그러나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서운한 마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수없이 교차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미디어관계법 개정을 놓고 여야가 격돌했을 때는 서로 넘을 수 없는 벽을 앞에 두고 있는 심정이었습니다. 양당의 본회의장 점거를 풀고 최소 인원만 잔류시키기로 신사협정을 맺고 난 후 갑자기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진입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배신감에 치미는 화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김 의원은 제게 전화해 “당의 지침이니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고 말해주었죠. 정치 현실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서로의 입장과 처지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친구인 김 의원을 미워할 수가 없었습니다.

김 의원이 저에게 전화를 걸어준 반면 저는 12월 민주당이 예결회의장을 점거할 때 아무런 통보를 해주지 못했습니다. 김 의원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한 감정과 함께 원내수석부대표로 임명된 후 만나 “정정당당하게 잘 해보자”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한동안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국정감사 일정을 놓고 팽팽히 맞서던 가을 제가 김 의원에게 추석 전 국정감사를 강행하면 도저히 원내수석부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으니 우리 입장을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을 때 김 의원은 곤란한 당내 상황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주었습니다.

끊이지 않는 정쟁의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 두 사람이지만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넉넉한 인품과 해맑은 웃음을 지닌 김 의원 덕분입니다. 격한 여야 충돌 속에서 우리마저 대화와 신뢰의 끈을 놓아 버린다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울 거라는 위기감을 느끼며 만남을 계속해 왔던 것은 결과가 어찌되었건 실낱같은 희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또 얼마나 많은 정치적 대립과 충돌을 겪어야 할까요.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김 의원, 비록 우리의 힘이 미약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치 현실도 언젠가는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치는 무상하지만 우정은 영원하다고 믿습니다. 비록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대이지만 진심으로 친구의 건승을 새해아침에 빌겠습니다.

2010년 2월 7일 우윤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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