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육해공군 무력시위… 김정일 이례적 참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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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성전” 이후 잇단 공세
서울 사정권 방사포도 공개
北주민들에겐 알리지 않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군 합동훈련을 참관했다고 북한 대내용 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17일 보도했다. 방송은 정확한 훈련 날짜와 장소를 밝히지 않은 채 김 위원장이 전망대에 올라 훈련 진행계획을 듣고 훈련을 지켜봤다고 전했다.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육해공군 합동훈련 참관 사실을 보도한 것은 그가 199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 1993년 4월 국방위원장에 취임하며 군 통수권을 장악한 이래 처음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마다 합동훈련이 진행된 것으로 관측되나 김 위원장 참관 보도가 나온 경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방송은 “훈련은 적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한 치의 땅이라도 감히 건드린다면 무적의 군력으로 침략자들을 단숨에 짓뭉개버리고 조국을 사수할 멸적의 투지에 충만한 군인들의 단호한 결심과 무자비한 타격력을 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방송은 240mm 방사포 차량 10여 대가 나란히 서서 30도가량 위쪽으로 발사대를 세운 모습을 내보냈다. 170mm 자주포와 함께 ‘장사정포’로 분류되는 24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60km에 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날 보도는 13일 남북군사실무회담 북측 단장이 남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하고, 15일 국방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성명을 내 남한의 급변사태 대비 계획에 대한 ‘보복 성전’을 거론한 데 이은 것이어서 대남 무력시위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새해 들어 북한 군부가 대남 공세를 잇달아 펴는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 군부는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설이 나온 뒤 모습을 드러낸 2008년 10월 이후 대남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한의 대남 유화 공세 기간에는 대청해전(11월)을 제외하고는 무력시위를 자제했다.

대북 소식지인 열린북한통신은 17일 “국방위 성명은 준비된 각본에 따른 것으로 최소 3개월 이상 남북관계가 급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은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는 강경 공세로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면서 대남 협상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하반기 6자회담에 복귀하기 전 남측의 큰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군부는 과거 남북관계가 좋을 때도 사안별로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며 “북한의 의도는 19일로 예정된 남북 해외공단시찰 평가회의 및 옥수수 1만 t 지원 문제에 대한 반응을 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15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을 통해 국방위 성명을 전했을 뿐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으로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선 북한이 급변사태라는 민감한 주제를 주민들에게 알리기 어려웠거나 이번 성명이 남한에 대한 엄포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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