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의원들 국회질의 ‘지역구 챙기기’ 백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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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소 “KTX요금 너무비싸… 제발 예산 증액을”
윽박 “주거개선 검토만… 일 좀 제대로 하라”

민원성 사업지원 호소 열중
종합 정책질의 취지 무색

“(서울에서) 고향인 경북 김천까지 KTX를 타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 출퇴근 출장비를 지원하든지, 노인들에게는 경로우대증을 주든지 해서 철도요금을 반값으로 내려달라.”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경북 김천)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 첫날인 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이같이 읍소했다. 지역구의 민원이었다. 다소 황당한 제안에 윤 장관은 “지금 제가 뭐라고 답변드려야 할지…”라며 잠깐 멈칫했다. 윤 장관은 곧 “철도공사의 누적 적자가 2조4000억 원이며 매년 6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재정 사정만 허용하면 반값이 아니라 3분의 1만 받아도 좋다”고 답했다.

7일부터 9일까지 계속된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예결위 의원들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지역구 관련 예산을 챙겨달라고 읍소하거나 윽박지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종합정책질의의 취지가 무색하게 지역 현안 챙기기에 사활을 건 표정이었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지역의 뜨거운 현안인 호남고속철과 무안공항 문제를 거론했다. 이 의원은 “호남고속철이 무안공항을 경유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미래지향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설계 변경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전문가들이 현재 검토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유보적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이 “감사원에서 광주공항을 폐쇄하고 무안공항으로 통합 운영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는데, 왜 (정부가 이행을) 안 하느냐”고 따지자 정 장관은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워낙 (광주) 지역의 반발이 심해서…”라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언제까지 수수방관할 거냐. 강제 결정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나 정 장관은 “지자체를 설득해야 한다. 의원이 도와 달라”고 했다.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경남 의령-함안-합천)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팔만대장경 제작 1000년이 되는 2011년 경남도가 주관하는 문화축전행사와 해인사가 주관하는 국제비엔날레 행사 지원비를 증액해 줄 용의가 있냐”고 질문했다. 해인사는 조 의원의 지역구에 있다. 유 장관이 “(예산이 아닌) 다른 각도로 접근했으면 좋겠다”며 답변을 회피하자 조 의원은 같은 질문을 되풀이했다. 유 장관은 마지못해 “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은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시가 (투입)해야 할 돈이 있지만 (시) 재정이 열악해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예산 지원을 호소했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충북 제천-단양)도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감리교의 최초 목사인 최병헌 목사의 기념비 건립사업비 1억9000만 원을 지원해 달라”고 매달렸다. 최 목사는 제천 태생이다.

한편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인천 남을)은 정 장관을 상대로 “LH공사가 4년 동안 인천 용마루 지역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검토만 해 (지금은) 중단됐다. 뭘 더 검토하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장관은 “LH공사를 독려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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