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바마 방한 겨냥 의도적 도발? 1척만 남하 우발적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경고 무시… 조준사격까지
상부 지시없이 감행 어려워
北측 교전 지원동향은 없어
어선 단속중 월선 가능성도


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7년여 만에 발생한 남북 해군 함정 간 교전의 배경을 놓고 군 안팎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교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은 아군의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무시한 채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선제사격이었다. 이기식 합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북한 경비정이 아군 함정을 직접 조준 겨냥해 자위권 차원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사격을 했다”며 교전의 책임이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교전 발발 전후 과정에서 북한은 과거 두 차례의 서해도발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1999년 1차 연평해전과 2002년 2차 연평해전 당시 북한은 도발 전 적게는 2척, 많게는 3척 이상의 경비정으로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NLL을 계속 침범해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국군의 대비태세를 떠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날 북한 경비정은 단 1척이 서해기지를 출항해 NLL을 침범한 뒤 유유히 남하했다. NLL 이북 해상에는 교전 시 북한 경비정을 지원할 북한의 다른 고속정이나 어뢰정의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NLL 인근 해상에서는 중국과 북한 어선 수십 척이 조업 중이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북한 경비정이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나 NLL을 넘은 북한 어선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남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 경비정이 처음부터 도발을 계획한 게 아니라 NLL 일대에서 조업단속을 하다 남한 함정과 우발적 충돌을 빚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 매체들이 연일 남북관계의 개선을 희망하는 보도를 내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판을 깰 수 있는 의도적 도발을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과 북-미 간 양자대화를 앞두고 한미 양국에 대한 다목적 경고가 내포된 의도적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게 사실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해 이명박 정부의 원칙적 대북정책 기조를 흔들고, 미국에 한반도 문제의 시급성을 부각시키려는 ‘벼랑 끝 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서해 도발은 NLL을 ‘분쟁지역화’해 정전(停戰) 상태인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부각시키는 데 활용하는 소재의 하나였다.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북으로 북-미 간 직접대화가 열려 유화 국면이 조성될 경우 초래될 체제 이완을 다잡기 위해 북한 군부가 행동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군 당국은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거듭된 경고통신과 경고사격을 철저히 무시한 채 아군 함정을 향해 조준사격까지 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 경비정은 올해 들어 모두 22차례 NLL을 침범했지만 그때마다 경고통신을 받고 되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엔 교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선제사격을 가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은 2차 연평해전 때도 아군 고속정을 정조준해 먼저 기습사격을 가했다”면서 “이처럼 대담한 도발은 북한군 상부의 사전 지시가 아니면 감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北 “남측이 도발” 사죄 요구

한편 북한은 이날 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보도’를 통해 “남측의 도발”이라고 비난한 뒤 사과를 요구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치였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1, 2차 연평해전 때는 당일 라디오방송을 통해 남측에 책임을 돌리는 사실 보도를 한 뒤 3일 뒤 기관 명의로 남측을 비난했다”며 “그러나 이번 비난의 정도는 과거보다 다소 낮다”고 평가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