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朴 얘기에 토 달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세종시 수정불가” 뭉쳐
이성헌의원은 당직 사퇴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문제에 대해 공개 발언을 한 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얘기에 더는 토를 달 게 없다”며 뭉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분간 일사불란한 대오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친이 측이 국민투표 등)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을 백가쟁명으로 내놓고 있어 안타깝다”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종시 문제는 박 전 대표 개인의 약속이 아니라 국회가 국민과 충청도민에게 약속한 것이다. 원칙론에서 풀어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에선 김무성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첫 발언이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22일 “잘못된 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라고 한 것이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2일 “현재로서는 아무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기준 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의 모임인 여의포럼은 당초 3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고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주제를 ‘재·보궐선거 이후 정국’ 등으로 바꾸기로 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열릴 만찬 모임에도 박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 친박 진영이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비쳐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친박계인 한나라당 이성헌 제1사무부총장이 세종시 수정 움직임에 반발하며 2일 당직을 사퇴했다. 이 부총장은 “최근 세종시 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자세와 역할은 공당으로서 기본 책무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심각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핵심 당직자는 “당직개편 차원에서 이 부총장의 사퇴는 이번 주 예정돼 있었던 일”이라며 “친박계 측에서 이 부총장의 후임자까지 추천해 놓고, 세종시 문제로 사퇴했다고 하는 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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