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사-투명 조사… 국세청 ‘변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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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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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용호 청장 취임 100일
외부 인사 청탁 간부 6명 승진 누락시켜… “개혁정착 시간 필요”

“달라진 거요? 인사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죠. 내부에서도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백용호 국세청장(사진)이 취임한 이후의 변화상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이 보인 반응이다.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백 청장이 소리 안 나게 국세청 개혁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 국세청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우선 국세청 비리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됐던 인사 시스템을 과감하게 뜯어고쳤다. 청장에게 집중됐던 인사 권한을 차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와 지방국세청장 등에게 상당 부분 넘겼고 평가기준도 내부통신망에 공개했다. 충격은 컸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에 대한 기대로 외부 출신 첫 청장에 대한 직원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호의적이다.

백 청장은 이달 초 부이사관과 서기관 인사를 앞두고 내부통신망에 ‘인사청탁을 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경위조사와 승진 배제의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켰다. 최근 실시된 부이사관과 서기관 승진 인사에서 백 청장이 외부 인사에게 인사 청탁을 한 6명을 탈락시켰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국세청은 크게 술렁였다. 하지만 이는 처음이 아니다. 백 청장은 이미 7월 말 취임 직후 국세청 개혁의 첫 시도로 단행한 국장급 전보 인사에서 두 명의 간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인사청탁이 들어오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간부들에게 미리 경고했지만 듣지 않았던 것. 백 청장은 청탁을 한 간부들을 한직(閑職)으로 보내고 이들에게 ‘인사청탁은 절대 안 된다’고 조용히 경고했다.

또 투명한 세무조사를 위해 대기업은 4년 주기 순환조사 원칙을 세웠고 조사대상 선정기준도 공개했다.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감사관, 납세자보호관을 외부에서 발탁했다.

그러나 감세정책으로 줄어든 세수를 채우기 위한 새로운 세원(稅源) 발굴, 취임 후 연이어 터진 국세청 전현직 직원들의 뇌물수수 사건 등 난제들은 그가 ‘변화’의 고삐를 다시 한 번 죄어야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 의원은 “백 청장이 좋은 의도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의 몇몇 시도로 국세청의 뿌리 깊은 관행이 바뀔 것이라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백 청장의 시도가 실제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날 때까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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