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꽃다운 나이에 시집왔던 아내가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남편이 어색해하자 남쪽 아내는 예순이 훌쩍 넘은 딸 선자씨를 "몇 살 났을 때 갔는 줄 아는교?"라고 물으면서 말을 걸었다. 남편은 주저없이 "다섯살이야"라고 했다.
경북 예천군에서 농사를 짓던 로씨는 1950년에 5살 난 딸 노선자씨와 두 살배기 아들 노영식씨를 나며두고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전쟁 후에도 소식이 없자, 가족들은 모두 로씨가 죽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도 남쪽의 아내는 재혼하지 않고 홀로 농사일을 해가며 두 자식을 키워왔다.
남쪽 아내는 "오늘 오나 내일 오나 기다리다가 내가 시부모님도 다 모시고, 잘 모셨다고 상장까지 받았어요"라며 원망어린 눈으로 남편을 쳐다봤다. 남편은 "시부모도 다 모셔주고, 내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남편은 북쪽에서 결혼해 2남 5녀를 두었다는 소식을 미안한 표정으로 전하기도 했다.
딸 선자씨는 상봉테이블에서 아버지 앞에 주저앉아 울면서 "모시고 가면 얼마나 좋을꼬"라고 안타까워 했다. 딸은 아버지가 고향에 지어놓은 집이 아직도 그대로 있다면서 남쪽 가족들이 모두 잘 살고 있다고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백발이 된 남쪽 동생 가현씨는 "왜 가족들을 더 일찍 찾지 않았냐"며 형님을 원망했다. 북쪽 아버지는 흐느끼면서 가족들의 소식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금강산=공동취재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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