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에 잘못된 신호 줄라” 20여명만 승인

  • 입력 2009년 9월 15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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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기대 착공 7년만에 내일 준공…재단측 130여명 방북 신청

북한에 평양과학기술대를 짓고 있는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이사장 곽선희)이 16일 건물 준공식을 열면서 남측 인사 130여 명의 방북을 추진했지만 정부가 재단 관계자 등 20여 명에게만 방북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4일 “곽 이사장 등 20여 명이 대학 건물 준공식과 김진경 운영총장 임명식에 참석하기 위해 15∼17일 평양을 방문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재단 측은 130여 명의 방북을 희망했으나 정부는 “미묘한 시점에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북한이 임진강 황강댐을 무단 방류해 남측 민간인 6명이 희생됐는데도 북한 당국이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측 인사들이 대규모 방북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방북자의 신변 안전도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단 관계자는 “물난리(임진강 무단 방류)가 나서 (남북관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준공식을 앞두고 재단 측은 남측 저명인사들에게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하고 2박 3일 동안 평양에 다녀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이 승인된 20여 명에는 소설가 김주영 씨도 포함됐다.

평양과기대 사업은 2001년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과 김진경 중국 연변과학기술대 총장, 북한 교육성의 합의에 따라 시작됐다. 남북한 및 해외 교수들이 북측 대학생들에게 최첨단 과학기술을 가르치는 게 목적이었다. 정부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 재임 시절인 2006년 5월 남북협력기금 10억 원을 지원했으나 그해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지원을 중단했다.

재단 측은 종교단체 후원금 등을 통해 건축비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사업에 소요된 재원은 약 400억 원이다.

준공식이 2002년 착공 7년 만에 열리게 됐지만 개교 일정은 불투명한 상태다. 재단 측은 2006년 이후 몇 차례 개교하려 했으나 북측이 동의하지 않아 미뤄졌다. 이번 준공식도 개교식이 어려우면 준공식이라도 하자는 재단 측의 요구를 북측이 받아들여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대학 건축 공정은 98%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북한 당국의 승인이 나지 않은 탓에 개교가 불확실해 기자재 등은 구비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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