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포기 설득할 전략 절실” 한목소리

  • 입력 2009년 9월 9일 02시 59분


코멘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수립 20주년
당시 참여 5인 ‘2009 통일정책’을 말하다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인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11일 탄생 20년을 맞는다. 1989년 9월 11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국회 특별연설을 통해 발표한 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이 과도적 통일체제인 남북연합 단계를 거쳐 통일민주공화국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동유럽의 체제 전환과 이에 따른 경제위기 등 안팎의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북한에 민족공동체 건설이라는 상생의 비전을 제시했다. 동아일보는 20년 전 공동체통일방안 수립에 참여했던 원로 5명으로부터 공동체통일방안이 오늘날 남북관계에 주는 의미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통일연구원은 공동체통일방안 수립 20년을 기념해 10일 오후 1시 서울프라자호텔에서 ‘통일을 향한 새로운 비전과 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연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홍구 전 국무총리(당시 국토통일원 장관)
남북 정상회담 통해 북미-북일 수교 끌어내야

남북은 공동체통일방안 이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의 원칙을 예외 없이 수용해야 한다. 남측은 북측에 “당신들이 좋아하는 선언(6·15와 10·4선언)만 강조하고 나머지를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고 분명히 강조해야 한다. 남측도 공동체통일방안이 규정한 남북연합의 정신에 따라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핵 포기를 유도해야 한다.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라는 요구는 북한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부는 비핵화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김일성 주석이 합의한 비핵화 정신을 계승하라고 북한을 설득하고 당시 성사되지 못한 북-미, 북-일 수교를 도와야 한다. 공동체통일방안이 제안한 것처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예외 없는 합의 이행의 원칙을 이끌어 내야 한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당시 민주평통 이념제도분과위원장)
현정부, 北을 ‘국가’로 인정
공동체원칙-헌법 무시한 것

공동체통일방안은 남북관계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봤다. 현 정부는 최근 “남북이 특수한 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한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거론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 공동체통일방안의 중요한 원칙을 무시해 헌법을 위배한 것이다. 철학적 바탕 없는 프래그머티즘의 한계다. 공동체통일방안은 국제적 고립에 빠진 북한을 상대로 추진한 성공적인 공세적 통일정책의 일환이었지만 이후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을 막아내지 못해 남남갈등의 오랜 뿌리가 생겨났다. 핵 포기를 대가로 북한이 요구할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포기, 예컨대 주한미군 철수 등에 대한 전략적 구상이 없으면 남남갈등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 (당시 국회 통일정책특별위원장)
보수-진보 이념 대립 심각
국회가 국민합의 이끌어야

통일정책은 민족 전체의 이익을 반영하기 때문에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 1989년 당시 통일 방안이 난무했지만 극단적 이념대립은 없었다. 그래서 점진적이면서도 단계적인 공동체 통일방안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일을 둘러싼 양극단의 논리만 득세해 중립적이고 합리적 논의가 사라졌고 보수와 진보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게 됐다. 특히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국회는 통일문제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정부 관계자를 불러 대북정책을 따지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회가 통일정책과 관련한 토론 및 회의를 상시적으로 열고 위원회에서 논의해 국민의 관심을 끌어야 국민적 합의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통일 문제를 논의하면 충돌만 생긴다고 국회가 지레 역할을 포기해버린 것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박철언 전 국회의원(당시 정무제1장관)
통일정책 북한교감 필수
핵은 국제문제로 해결을

공동체통일방안이 나오기까지 남북 비밀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로 1985∼1991년 42차례 북한 당국자를 만났다. 1988년 7월 7일 ‘민족자존과 통일 번영을 위한 특별선언’(7·7선언)이 발표된 뒤 정부 내에서 국내 정치적 효과를 노려 공동체통일방안을 당장 발표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통일정책은 북한과의 교감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북한과 물밑 접촉을 통해 공동체통일방안의 뼈대를 설득했고 결국 북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통일정책은 북한과의 교감이 필수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북한이 정권 붕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이러면 김정일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 핵은 미국을 통해 포기시켜야 한다.

한승주 전 외무부 장관(당시 국토통일원 정책자문위원)
남한 포용정책 오해할 수도
北경계 풀도록 접근해야

북한은 20년 전처럼 현재에도 국제적 고립과 체제 위기를 겪고 있다. 남한이 남북 교류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개방, 곧 붕괴를 강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개방에 따른 체제 위기의 경계심을 풀면서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핵 포기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은 국제무대에서 남북 간 대결 외교를 상호 협력의 외교로 바꾸려 했다. 한국이 중국, 소련과 수교하면서 북한도 미국, 일본과 관계를 개선하는 이른바 ‘교차승인’은 공동체통일방안을 추진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북한의 핵 집착이 이를 가로막았다. 북한이 핵 포기를 통해 정상적인 국가로 세계에 합류해야 통일의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