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국방-張차관 처신 부적절”

  • 입력 2009년 8월 29일 02시 59분


韓총리, 따로 불러 질타… 장-차관 “걱정끼쳐 죄송”

한승수 국무총리(사진)는 27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따로 불렀다. 이 장관은 ‘국방비 삭감 반대 서한’ 파문의 당사자였다.

한 총리는 “장관 서한으로 정부가 마치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더욱이 장관이 주장한 내년도 국방예산 증가율은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획기적인 것”이라고 이 장관을 질타했다. 이어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라의 기초인 안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고, 우리 정부의 의지다. 이런 대통령의 의지가 군에도 잘 이해될 수 있도록 설명하라”고 주문했다.

장수만 국방부 차관은 이 장관을 거치지 않고 당초 11.5% 늘리도록 편성된 방위력 개선비를 5.5% 증액으로 바꿔 이달 초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 장관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전달한 A4용지 4쪽 분량의 서한에서 “현 정부가 내년도 국방예산을 삭감하면 자칫 과거 정부보다 국방을 등한시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장 차관의 행동을 ‘하극상’이란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 장관은 한 총리에게 “대통령을 잘 보좌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6시. 장 차관도 호출을 당했다. 한 총리는 장 차관이 이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직접 보고한 것을 꾸짖었다. 하극상으로 충분히 비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장 차관은 “잘해보려고 한 일인데 미숙한 일처리로 논란이 빚어졌다. 대통령께는 물론이고 총리와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사죄했다고 한다.

이 장관은 다음 날인 28일 국방부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국방전략회의에서 “대통령을 잘 보좌하겠다는 취지에서 한 일인데 본의 아니게 누를 끼쳐 드린 것 같다”며 “예산획득 과정의 하나인 논의 단계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국방부 직원과 장병은 동요하지 말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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