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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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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골드버그 미국 국무부 대북제재조정관이 24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와는 무관하다는 1차적인 판단을 내렸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에서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통한 대북 현금 유입이 북한의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으로 전용될 개연성이 높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한국 내에서도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합의한 대북 경제협력 합의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상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골드버그 조정관은 “유엔 결의가 인도주의와 개발 목적의 경우 제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며 “(개성공단 등은) 이런 맥락에서 안보리 결의와 무관하다는 게 나의 평가”고 정리했다. 관광 목적이나 산업 인프라 개발과 관련된 사안은 직접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골드버그 조정관이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주목되는 부분은 골드버그 조정관이 이런 평가를 내리면서 “현재로서는(at the moment)”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지금으로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 유엔 결의 1874호가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을 중단하는 목적을 갖고 있는 만큼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 나타난 대북 관계 개선 의지와 함께 최근 남북 간 대화국면 조성 기류가 미국 측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으로선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당분간 북한이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고 태도 변화를 기다려보겠다는 태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유권해석 이후에도 몇 가지 절차가 남아 있다. 통일부는 금강산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선 당국 간 협의를 통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한 진상 규명, 재발방지 장치 마련, 신변 안전 보장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서도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우선적으로 열려야 하는 현실을 북한이 깨달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골드버그 조정관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북-미 양자대화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이 대북 제재를 지속하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이중 접근 전략’을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제재와 대화)는 수레의 두 바퀴와 마찬가지”라며 “그 목표는 완전하고 입증이 가능한 비핵화와 핵 프로그램 및 핵무기의 폐기”라고 강조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