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지도자 잃었다” 정치권 공식일정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8월 18일 18시 09분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1시 43분 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은 슬픔에 휩싸인 채 모든 정치일정을 중단하고 임시 빈소가 차려진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DJ의 정치인생을 같이해 온 동교동계 인사들은 “우리의 정치적 주춧돌인 김 전 대통령을 잃어 마음을 추스르기 힘들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날 밤부터 병원에 집결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동교동계 인사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DJ의 임종에는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과 한광옥 전 의원, 동교동 비서 출신인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그리고 안주섭 전 대통령경호실장 등이 함께했다. 이훈평 전 의원은 “편안하게 가셨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어 DJ까지 민주당이 배출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데 대해 깊이 슬퍼하면서 망연자실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공식 일정을 모두 중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연 뒤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이에 앞서 경북 포항에서 미디어관계법 무효화를 위한 거리 홍보전에 나섰던 정세균 대표는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귀경 길에 올랐다.
노영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신은 진정한 이 시대의 위대한 스승이셨다. 비통하고 원통하다”고 애도했다. 노 대변인은 “서슬 퍼런 독재의 기세에도 굴하지 않았고 경제 파탄도 거뜬히 넘어오신 당신, 반세기 갈라진 채 원수로 살아온 민족이 한 동포임을 알게 해 준 당신을 보낼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 아직도 국민은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충격 속에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DJ 서거와 관련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조문단 구성 등 대책을 논의했다. 박희태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라의 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한국 정치의 큰 별이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고인이 꿈꾸었던 남북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의 위대한 지도자 한 분을 잃었다”며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 및 친지 분들께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민과 함께 슬픔을 나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민주화, 인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며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이루고자 했던 숭고한 뜻이 국민화합과 남북평화로 승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도 논평을 내고 DJ의 서거를 애도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결코 순탄치 않았던 정치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셨던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많은 족적과 업적들은 후대의 역사가 바르게 평가하고 기억할 것”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지역갈등을 해소하고 동서가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고 말했다.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접견 및 오찬 직후 DJ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께서는 병석에서도 우리 사회의 화해를 이루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이동관 대변인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유족과 잘 상의해서 예우를 갖추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오후 2시 20분부터 정정길 대통령실장, 맹형규 정무수석 등과 함께 상황을 점검하는 보고를 받았다. 청와대는 빈소가 마련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조문하겠다는 뜻을 DJ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다. 50년 가까이 DJ와 정치적 라이벌 관계였던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귀가한 직후 DJ의 서거 소식을 보고받은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YS는 이후 비서진을 통해 “아쉽고도 안타깝다. 나라의 큰 거목이 쓰러졌다고 생각한다”는 공식 반응을 내놨다. YS 측 김기수 비서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 조금 더 사실 것으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보고를 받고 놀라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머물다 비서진으로부터 서거 소식을 보고받은 뒤 침통해했다. 전 전 대통령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비서진에게 “14일 문병을 갔지만 이렇게 빨리 세상을 떠나실 줄 몰랐다. 지난 수십 년간 파란 많은 정치역정을 걸어왔는데, 이제 천주님의 품에 안겨 영원한 안식을 누리기를 바란다.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유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고 비서관이 전했다.
전립샘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쇠약해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강원도 모처에서 요양을 하던 중 TV를 통해 DJ의 서거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동희 비서관은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TV를 보시면서 애통한 표정을 지으셨다”고 전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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