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박민식의원 묘한 인연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4년 전 피의자-검사로 만났던 ‘사시’ 30년 선후배

‘본회의장 짝꿍’으로 다시 조우

1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539호 한나라당 박민식 의원실에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가 들어섰다. 박 의원은 그를 보더니 곧바로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원장님 오셨습니까.” 노신사는 국가정보원장을 지내고 4·29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신건 의원이었다.

두 의원은 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들의 좌석이 바로 앞뒤에 대각선으로 배치된 것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 두 의원 좌석의 거리는 1m 정도에 불과하다. 공교롭게도 의원회관도 박 의원(539호)의 바로 아래인 439호를 신 의원이 사용하고 있다. “참 묘한 인연”이라는 말이 나올 법했다.

신 의원은 1963년 고등고시 사법과 16회, 박 의원은 1993년 사법시험 35회로 신 의원이 검찰에선 박 의원의 30년 선배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5년 11월 중순이었다. 당시 박 의원은 국정원 불법감청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주임검사였고 신 의원은 피의자였다. 박 의원은 그 무렵 사석에서 “깐깐한 성격에다 법률지식이 풍부한 선배 검사를 상대로 신문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여러 차례 토로했고 신 의원도 주변에 “수사검사가 다른 사람이었으면…”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한다.

검찰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신 의원을 구속 기소했고 박 의원은 신 의원의 1심 재판이 끝난 직후인 2006년 9월 검찰을 떠났다. 당시 재판에서는 국정원 직원들의 조직적인 불법 감청을 원장인 신 의원이 보고받았는지를 놓고 양측의 치열한 법리 논쟁이 계속됐다. 2008년 4월 총선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 박 의원은 지난해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신 의원이 2007년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지 나흘 만에 사면 대상에 포함된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신 의원과의 질긴 인연에 대해 “검사와 국정원장이라는 직무 성격상 과거에 불가피하게 부딪친 적이 있었지만 서로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다”면서 “악연이 좋은 인연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이야기를 하자면 한도 없고…”라며 말을 아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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