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도대체 뭘했기에”… 부실 인사검증 책임론 대두

입력 2009-07-15 02:59수정 2009-09-2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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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시선을 내린 채 각종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고 있다. 천 후보자는 무리한 아파트 구입 경위 등 자신에 대한 각종 의혹이 커지자 14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 千후보자 전격사퇴 파문

“日서 골프치고 거짓말” 보고에 MB “안되겠구먼…”

꼬리 문 ‘千의 의혹’… 親서민 행보 ‘걸림돌’ 우려

李대통령, 예상밖 신속결정… 인사스타일 변화 예고

14일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청와대 측과의 교감하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 MB, 신속한 결정

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은 오찬 후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민정·정무수석비서관,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도덕성 시비에 휘말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만 해도 천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오후 4시 이후 이 대통령이 민정 정무라인으로부터 천 후보자 문제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받고 기류가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참모진은 “이번 사건은 김석기 전 경찰청장 내정자 때와 다르다. 당시는 공무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지만 이번은 순전히 개인적 흠결의 문제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검찰 수장으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신속하게 거취 문제를 매듭짓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인사 문제에 관한 한 거북이 행보를 보였던 것과는 대비되는 이례적인 조치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천 후보자가 일본에서 골프를 한 일을 거짓말한 게 치명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거짓말하면 안 되지. 안 되겠구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천 후보자가 당당하지 못하고 거짓말만 술술 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거액을 빌렸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믿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청와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천 후보자의 서울 강남 80평대 아파트 구입, 스폰서와의 골프여행 등이 이 대통령의 친(親)서민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부정적 여론을 파악하고 있었다.

결국 이 대통령의 서민 행보와 중도강화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종결 등 외교성과를 통해 모처럼 국정의 이니셔티브를 잡은 청와대는 천 후보자 문제로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느니 전격적인 해법을 내놓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여권의 한 인사는 해석했다.

천 후보자도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검찰 조직이 흔들리는 것을 막는 유일한 길은 자진사퇴밖에 없다고 보고 청와대 측에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후보자의 사퇴는 여권의 인적 쇄신을 가속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대통령은 중단 없이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면서 8월 초 휴가를 가기 전 청와대 참모진 개편 및 개각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의혹

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기존에 제기된 의혹을 모두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갖가지 의혹이 증폭되면서 여론만 악화됐고 청문회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천 후보자는 올 4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고가 아파트를 매입한 경위를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재산이 14억 원대였던 천 후보자는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유통업체 사장 박모 씨에게서 15억5000만 원을 빌려 28억7500만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천 후보자는 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박 씨와는 10년 전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됐을 뿐 특별한 사이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에서 천 후보자가 박 씨와 함께 부부동반으로 해외골프 여행을 가고, 천 후보자의 부인과 박 씨가 공항 면세점에서 고가의 외제 명품 핸드백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자체적으로 입수한 관세청 자료를 근거로 해외골프여행과 고가의 외제 명품 구입 시기와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천 후보자의 부인이 면세점에서 구입한 핸드백과 속옷 명세 및 가격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천 후보자는 “휴가철이라 같은 비행기를 탔는지 모르겠지만 골프여행을 같이 간 것은 아니다” “기억에 없다”라는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박 씨가 청문회 당일 증인으로 출석을 통보받았는데도 일본으로 출국하고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천 후보자는 신사동 아파트 매입 당시 5억 원을 빌린 동생에 관한 의혹도 해소하지 못했다. 천 후보자의 동생이 600여만 원의 세금을 내지 못해 주민등록을 말소당한 것과 동생이 사외이사로 있던 모 회사의 대표가 300억 원대 배임 의혹 사건에 연루됐지만 올해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례적으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도 인사청문회에서 추가로 공개됐다. 천 후보자가 올해 아들 결혼식을 조용히 치른 것은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 미담사례로 거론됐지만 결혼식 장소가 5성급 호텔인 쉐라톤워커힐호텔 야외결혼식장으로 밝혀져 공분을 샀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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