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합리적 대화 안돼… 냉각기 갖자”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 첫 시험대 오른 전략통

“국회 소집 요구하면서 與 전화 한번도 안해
수로 밀어붙이면 극단 상황”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5월 15일. 민주당 의원들은 “오늘 하루만 좋을 것”이라고 그에게 말했다. 미디어관계법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법안이 쌓여 있어 대여(對與)투쟁 강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을 빗댄 말이었다.

이 원내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데뷔전’인 6월 임시국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여파로 한 달가량 늦게 열리게 됐다. 6월 국회는 18대 국회 들어 한나라당이 야당과의 합의 없이 소집한 첫 단독국회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주장했지만 정부 여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나라당은 이번에 기존의 여야 합의대로 미디어관계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태세다.

24일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만난 이 원내대표는 ‘국회를 열려면 여야가 의사일정을 협의한다’는 국회법 조항(제76조)을 거론했다. 그는 “개회를 앞두고 여야가 의사일정을 협의한다는 것은 국회 회기 중 논의해야 할 어젠다(의제)를 협의한다는 뜻”이라면서 “그것이 국회법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5월 23일 전직 대통령 투신자살이란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는데 6월 임시국회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은 국회법 정신에 어긋나지도 않고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원칙을 중시한다지만 자신만의 원칙, 소속 정당만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정치가 아니며 그렇게 되면 협상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하며 결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단독국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면서 나한테 전화 한 번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최대 쟁점인 미디어관계법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먼저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여야 3개 교섭단체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1일 내놓은 합의안에는 ‘미디어관계법은 100일간의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뒤 6월에 표결 처리한다’고 돼 있는데 한나라당이 합의 다음 날부터 뒷부분의 ‘표결처리’ 부분만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합리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만큼 냉각기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수만 믿고 밀어붙인다면 극단적인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는 ‘극단적 상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에 의존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야당 의원을 계속할 수 있겠느냐”며 의원직 총사퇴를 시사하기도 했다.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그는 “여야 3당 대표와 양대 노총 대표로 이뤄진 5인 연석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되면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선을 다해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강한 야당’과 선명성을 그에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그가 ‘반대를 위한 반대’나 강경 일변도의 투쟁만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민주당이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을 물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내 탓이오’라는 자성과 다시는 전직 대통령의 불운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해 달라는 것이라는 얘기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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