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기술 “상당 수준” “미흡” 엇갈려

  • 입력 2009년 6월 15일 03시 00분


북한이 13일 우라늄 농축작업을 선언했지만 현재까지 농축시설의 정확한 위치와 규모, 작업 정밀도 등 자세한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의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수준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가스원심분리기 제작에 필요한 부품의 해외 도입을 시도하는 등 우라늄농축기술 확보에 주력해 왔다. 특히 파키스탄에 노동미사일의 기술을 이전하는 대가로 원심분리기와 관련 설계도를 입수했다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이런 작업들은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해 나온 플루토늄으로 플루토늄폭탄을 제조한 북한이 순도가 높은 고농축우라늄(HEU)으로 만든 우라늄폭탄까지 갖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우라늄 농축기술과 시설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여 년 전 러시아에서 원심분리기 2600대를 제작할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을 수입했고, 파키스탄의 핵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관련 기술을 전수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관련 부품을 밀수입해 비밀 농축시설을 곳곳에 건립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도 2005년 9월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미 완공했거나 완공 단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2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를 가동 중이라면 매년 1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북한이 선언한 우라늄 농축작업은 파키스탄에서 도입한 원심분리기 20여 개의 시험 가동을 의미할 뿐 자체적인 대규모 농축시설은 짓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군 고위소식통은 “북한이 원심분리기의 설계능력과 농축기술은 있지만 고성능 모터나 고강도 베어링 등 수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핵심부품이 없어 아직 농축시설을 건립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자적인 원심분리기 제작이 지연되자 중국의 도움으로 생물학용 초고속 원심분리기를 개발하려다 실패하는 등 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다.

이처럼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UEP의 은폐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플루토늄 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는 과정은 위험하고 복잡한 데다 대규모 시설이 필요해 외부에 들킬 우려가 높다. 반면 우라늄 농축시설은 수백 평 규모이고 여러 곳의 지하시설에 분산해 가동할 경우 포착하기 쉽지 않다. 한미 정보당국은 특수정찰기 WC-135W와 적외선 열감지 센서가 장착된 첩보위성, 인적정보망(HUMINT) 등을 총동원해 북한의 UEP 활동 증거 수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당국은 올해 초 북한이 평북 서위리 지하에 소규모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가동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서위리는 5MW와 50MW 원자로, 재처리시설 등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 시설이 모여 있는 평북 영변군 내 행정구역으로 북한은 영변 핵시설(분강리 소재) 근처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지하시설도 건설한 것으로 추정된다.

평북 산악지대인 천마산의 우라늄 정련시설과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기지, 자강도 하갑의 관련 시설도 UEP 의혹 시설로 분류된다. 영저리 기지는 노동미사일이 배치된 곳으로 중국과 가깝고 산악지역에 은폐돼 있으며 하갑의 핵 관련 시설은 고농축우라늄 생산과 고폭 실험장으로 의심된다. 우라늄 정련시설이 있는 평북 박천군과 태천군, 평양의 국가과학원 레이저연구소 등도 비밀 농축시설이 있을 개연성이 높은 곳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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