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할 때 옆에 없었다”

盧 전대통령 경호관 ‘서거 경위’ 진술 번복
“정토원 갔다온 사이”-“등산객 내려보낸 사이” 진술 오락가락
무전으로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 연락… 경찰 전면 재조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순간 경호관 이모 씨(45)가 노 전 대통령의 옆에 없었던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자신을 경호하기 위해 따라온 이 씨에게 “정토원에 가서 스님이 계신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 씨가 “모셔올까요”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그럴 필요 없다”고 해 250m 떨어진 사찰 정토원으로 간 사이에 투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씨는 25, 26일 경찰의 재조사에서 “정토원에 갔다가 부엉이바위로 다시 돌아와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며 “경호 대상자와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호수칙을 어긴 것이어서 처음 조사 때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재조사 과정에서 “등산객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혹시라도 노 전 대통령에게 위해가 될까 싶어 등산객을 산 아래로 보낸 뒤 와 보니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는 진술도 했으나 경찰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는 부엉이바위에 돌아왔을 때 노 전 대통령이 없자 동료 경호관에게 무전으로 “(VIP를)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고 연락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의 진술 번복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전 행적을 전면 재조사하고 있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이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경남지방경찰청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역사적이고 중대한 사건인 만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태도”라고 말했다. 이 씨는 경찰의 첫 조사 때는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부엉이바위에 있을 때 등산객이 지나가는 것 같아 돌아본 순간 노 전 대통령이 절벽 아래로 투신했다”고 진술했다.
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