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길따라 정동극장까지 줄이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 대한문 앞 추모 인파
“점심도 못먹고 3시간 반을 기다렸다”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24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아침부터 시민들이 분향소를 방문하기 시작해 오후엔 덕수궁 주변과 태평로 일대가 추모객으로 북적였다.
대한문 앞 분향소에서 시작된 행렬은 서울 지하철1호선 시청역 3번 출구 내부, 코리아나호텔을 거쳐 다시 대한문 쪽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분향소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정동극장까지 추모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대한문 앞에서 두 아들과 함께 헌화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재경 씨(41)는 “점심도 못 먹고 3시간 반을 기다렸다”고 밝혔다. 줄을 선 시민들은 조문을 하는 데 짧게는 3시간, 길게는 5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일부 시민은 가슴에 검은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시민들은 10명 단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헌화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믿기지 않는 듯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은 분향소 앞에 마련된 방명록에 ‘아쉽다. 왜 그렇게 떠났습니까’, ‘너무 슬퍼요’ 등의 추모사를 남겼다.
남편과 함께 추모행렬에 참석한 박미정 씨(36)는 “평생 이룬 업적이 무너졌으니 그 절망이 얼마나 컸겠느냐”며 “측근으로부터 돈을 받은 건 분명 잘못이지만 권력자 개인이 아닌 구조와 문화의 문제였다면 도덕성이 없다는 비난은 너무 과했다”고 말했다. 빈소 한쪽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바라는 국민서명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경 분향소 주변에선 추모객을 통제하는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서 마찰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이 대한문 주변 차도를 전경차로 막아 놓은 것에 대해 일부 시민은 “국민장으로 한다면서 서울광장은 전경차로 봉쇄하고 좁은 덕수궁 앞까지 경찰이 막아서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추모객 일부가 경찰들을 인도 밖으로 밀어냈고 경찰이 방패를 들고 버티면서 몸싸움이 있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오후 8시 10분경에는 분향소에 몰려 있던 시민 100여 명이 ‘민주세력 386’이라고 쓰인 깃발을 든 사람들을 따라 “노 전 대통령을 살려내라”고 외치며 서소문길 방향으로 50m가량 행진했다. 이들은 대한문 인근 도로를 일부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고 경찰이 이들을 에워싼 후 인도 쪽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양측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분향소에는 밤늦게까지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