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부동층-막판 단일화…풍향은 하룻밤에도 바뀐다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우편함은 표심을 알고 있을까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채 우편함에 놓여 있는 선관위의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들이 유권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인천=연합뉴스
우편함은 표심을 알고 있을까 4·29 재·보궐선거를 사흘 앞둔 26일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우편함.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채 우편함에 놓여 있는 선관위의 투표안내문과 선거공보물들이 유권자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하다. 인천=연합뉴스
《4·29 재·보궐선거의 주요 선거구에서 피 말리는 접전이 계속되면서 각 당은 막판 다걸기(올인)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0 대 5로 패배할 가능성이 있어 각 당 지도부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가며 지원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낮은 만큼 각 당은 지지자들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유도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모든 선거운동원을 동원해 ‘맨투맨’으로 표심 밑바닥을 훑고 있다.》

○ 인천 부평을, ‘막판 밑바닥 훑기’

여야 지지층 이탈 조짐

저인망식 표심훑기 경쟁

27일에도 각 당 지도부가 출동해 저인망식 표밭 훑기에 나섰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울산 북 지원유세를 마친 뒤 곧바로 인천 부평으로 이동해 삼산동 농수산물시장과 갈산동에서 유권자들과 만났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산곡동 일대 노인정 등을 돌며 취약 계층을 집중 공략했다.

여야는 이 지역이 막판까지 혼전 양상을 보이는 이유로 ‘기존 여야 지지층의 부동층화’를 꼽는다. 한나라당 지지층은 이재훈 후보가 호남 출신의 외부 인사라는 점에서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층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기존 고정표가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친여 무소속 후보, 민주당은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에도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형편이다.

○ 울산 북, ‘단일화 효과’ 관심

단일화 밀려난 민노당

진보신당과 융화 관심

울산 북은 진보진영의 단일 후보로 결정된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가 얼마나 단일화 효과를 볼 것인지가 관심사다. 지금까지 중립을 지켰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날 “조 후보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후보 사퇴를 선언한 민주노동당 김창현 전 후보의 지지자들이 조 후보 지원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단일화의 파괴력이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노당의 박승흡 최고위원 겸 대변인은 조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된 데 반발해 당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진보진영의 후보 단일화 바람 차단에 주력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울산 북구 매곡동 자동차부품혁신센터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박 대표는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치적 야합, 위장 결혼”이라고 비난했다. 정몽준 최고위원은 “조 후보는 민노당을 ‘종북주의(從北主義) 추종세력’이라고 비판하고 탈당했는데 다시 손을 잡았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수헌 후보와의 단일화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 경북 경주, ‘부동층 표심’이 좌우

부동층 최대 50%

투표율 높이기 안간힘

경북 경주는 부동층의 표심이 투표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선거 캠프에서는 유권자의 20∼50%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양측의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가 친박(친박근혜) 무소속인 정수성 후보를 다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하지만 긴장하는 쪽은 오히려 정종복 후보다. 지난해 총선 당시 여론조사는 물론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크게 달라 승리를 예상하다 낙선한 경험 때문이다.

정수성 후보는 ‘박정희 향수’가 강한 바닥 민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수성 후보 측도 “투표 결과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정종복 후보는 이날 중앙시장 등을 돌며 15층 이상 고도제한 완화와 행정복합타운 건설 등을 역설했다. 정수성 후보는 40, 50대 지지층을 겨냥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 전북 전주 덕진과 완산갑, ‘신건 고발’이 승패 관건

신건 재산축소 의혹 변수

민주와 서로 고발 ‘혈투’

민주당 이광철 후보와 무소속 신건 후보가 대접전을 벌이는 전주 완산갑에서는 신 후보의 부동산투기 및 재산축소신고 의혹이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이날 “신 후보가 아들 소유의 서울 서초동 건물 가격을 축소 신고했다”며 신 후보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그러자 신 후보는 도당위원장인 강봉균 의원과 최규성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역시 전주지검에 맞고발했다.

전주 덕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동영 후보는 완산갑에서 신 후보와 합동유세를 계속했다. 덕진의 민주당 김근식 후보는 “무소속을 찍으면 그 후보는 살지만 민주당은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이날 김 후보를 지원하러 온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후보를 겨냥해 “과거 호의호식했던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울산=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경주=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전주=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