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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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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산 조기집행 독려…쓸곳 많은데 재정조달 난감
지방소비세-소득세 신설 등 하반기 재정구조 개편 기대
“내국세 징수액의 축소로 지방에 내려가는 교부금이 2조2000억 원 줄어듭니다.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에 엄청나게 항의했습니다. 했는데….”(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지방재정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위기는 한두 해 지적돼 온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개편에 따라 부동산 교부세가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당초 배정한 지방교부금을 깎는 추경예산안까지 내놓았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걱정이 태산이다. 경기침체로 지방세도 적게 걷히고 있어 이러다 ‘실행예산’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우성이다. 실행예산은 실제 들어오는 돈에 맞춰 예산 집행계획을 다시 짜는 것을 말한다.
○ ‘첩첩산중’ 지방재정
24일 동아일보가 전국 16개 광역 시도에 확인한 결과 3월 말 현재 지방세 징수액은 35조708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나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7.1%보다 감소 폭이 크다. 경기 악화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지방세의 근간인 취득·등록세 수입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부산 광주 경북을 제외한 12개 시도에서 덜 걷혔다. 특히 충북(―28.8%) 충남(―23.8%) 울산(―18.5%) 경기(―18.5%) 제주(―17.3%) 대전(―17.2%) 등이 크게 줄었다.
지방 살림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정부교부금도 쪼그라들 운명에 처했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지방교부금을 당초 예산보다 8.3% 삭감하기로 했다. 지방교부금(국세의 19.24%)의 재원인 국세가 올해 11조2000억 원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안대로 통과되면 8개도(제주 제외)의 경우 당초 배정액보다 1조∼3조 원대를 덜 받게 된다. 국회는 올해는 교부금을 깎지 않고 2010년 본예산에서 사후 정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세가 늘거나 줄면 교부금도 조절하도록 한 지방교부세법상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돈 쓸 곳은 늘었다. 정부는 이번 ‘슈퍼 추경예산안’에서 지자체와 예산을 분담하는 ‘매칭 펀드’ 형태의 사업을 4조5000억 원 규모로 증액해 신규 편성했다. 지방 부담도 덩달아 2조1000억 원가량 늘었다. 공공근로사업인 ‘희망근로 프로젝트’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각 1조9950억 원, 5655억 원씩 부담한다. 전북도 양심묵 예산과장은 “희망근로 프로젝트에 500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예산이 다 짜인 상태에서 어디서 돈을 마련하겠느냐”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김경수 분석관은 올해 지방정부 세입이 △지방세 징수액 하락 △지방교부금 삭감 △지방 부담 사업 증가 등으로 당초 예산보다 모두 11조10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 문제는 하반기, 가용재원 바닥 우려
문제는 하반기다. 지자체는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 방침에 따라 상반기에 예산의 60%를 끌어다 쓰고 있다. 일부는 이미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이 때문에 아직은 재정 위기 정도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하반기에는 새로운 지출 요인이 생겨도 쓸 수 있는 돈이 바닥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모자란 재원은 지방채를 발행해 조달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3조 원의 지방채 인수 예산도 편성했다. 하지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는 세입이 갑자기 늘 수 없어 지방채를 발행해도 갚을 여유가 없다”면서 “고스란히 빚이 되는 지방채가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빚이 늘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지방채 발행을 꺼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방재정 뼈대를 개편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태스크포스(TF)인 지방재정제도개선특위는 이번 주 지방소비세와 지방소득세를 도입하기로 최종 의견을 모으고 청와대에 관련 보고서를 제출했다.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세금 위주의 지방세 수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지자체는 새로운 세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지방소비세·소득세가 소비·소득 수준이 높은 수도권 지자체에 유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어 부처 조율 등을 거쳐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