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브레인’ 선의의 3각 경쟁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미래기획위원회-녹색성장위원회-국가브랜드위원회

최근 앞다퉈 보고대회 열고

국정운영 큰그림 제시 앞장

李대통령도 경쟁체제 유도

靑-부처간 ‘균형 추’ 역할도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브랜드위원회 첫 보고대회.

어윤대 위원장이 민간위원 33명을 소개한 뒤 마이크를 잡은 이명박 대통령은 인사말에 앞서 “이런 (위원회) 모임에 장관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같다”며 참석한 국무위원들을 일일이 호명했다.

실제 이날 행사에는 기획재정, 교육과학기술, 외교통상, 법무, 행정안전, 문화체육관광, 지식경제, 국토해양 등 주요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실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약 두 시간에 걸친 행사에 이어 오찬을 함께하며 우리나라 국가브랜드를 현재의 33위에서 2013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인 15위로 올리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며칠 뒤인 23일. 이번에는 미래기획위원회가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휴먼뉴딜’을 기치로 내건 중산층 살리기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이날 회의에도 기획재정, 교육과학기술, 보건복지가족, 노동 등 주요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녹색뉴딜’을 내걸고 출범한 녹색성장위원회는 ‘녹색성장기본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활동에 다소 제약을 받고 있긴 하지만 녹색성장 동력 발굴과 지원 및 홍보 체계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으면서 대통령직속 위원회들이 전례 없는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12개에 달했던 대통령직속 위원회는 현 정부 들어 일부는 없어지고 일부는 통폐합돼 5개로 줄었다. 미래기획위원회와 국가브랜드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를 비롯해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이들 위원회는 단순히 부처의 업무를 보조하거나 조언을 하는 정도의 역할을 넘어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들 위원회는 행정 부처와 청와대 간 힘의 균형이 부처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에 힘을 보태주는 이른바 힘의 ‘균형 추’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비롯해 현 정부의 첫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있는 미래기획위원회,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가브랜드위원회 등은 이른바 ‘실세’들이 포진해 웬만한 부처 못지않은 파워를 행사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위원회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자발적 경쟁을 시키는 조직 운영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직속의 5개 위원회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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