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국민위 첫날부터 ‘아전인수’ 설전

  • 입력 2009년 3월 14일 02시 58분


13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첫 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야 3당 간사, 추천 위원들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위원회 성격 등을 놓고 서로 이견을 드러내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안철민 기자
13일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첫 회의에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고흥길 위원장(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과 야 3당 간사, 추천 위원들이 상견례를 하고 있다. 이날 위원들은 위원회 성격 등을 놓고 서로 이견을 드러내 험난한 여정을 예고했다. 안철민 기자
與野동수 구성… ‘100일 소모전’ 불보듯

與측 “우리는 국회 보조역할”

野측 “국민에게 답 물어봐야”

직권상정 법안 철회 주장도

의견수렴 제대로 될지 의문

6월 15일까지 미디어 관계법을 논의하는 국회 자문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13일 출범했다. 이날 국회에서 출범식을 겸해 열린 첫 회의는 위원들의 인사말만 듣고 끝났다. 하지만 그 인사말에서부터 위원회 성격과 활동 방향 등에 이르기까지 여야 추천 위원들 간에 이견이 드러났다.

▽첫날부터 팽팽한 신경전=민주당 추천의 이창현 위원(국민대 교수)은 “위원회의 이름에 ‘국민’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결국 국민에게 답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류성우 위원(언론노조 정책실장)도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법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게 마땅하다”며 “한나라당은 직권 상정한 언론관계법을 철회해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까지 했다.

반면 한나라당 추천의 이헌 위원(‘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는 국회이고 이를 보조하는 역할이 저희의 임무”라며 위원회의 성격을 자문기구로 한정했다.

윤석홍 위원(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도 “순수한 전문가 집단의 자문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자칫 정쟁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사말이 설전 양상으로 번지자 한나라당 추천의 황근 위원(선문대 교수)은 “위원회는 특정 인사들의 논의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자리다”라며 진화에 나섰고, 민주당 추천의 최영묵 위원(성공회대 교수)도 “법적 성격상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예단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국회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는 당연히 자문기구일 뿐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과 위원회를 통해 미디어 관계법 통과를 최대한 늦춰 보자는 민주당의 견해가 고스란히 투영된 첫 회의다”라고 말했다.

▽“위원회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이처럼 첫날부터 여야 위원들 간에 신경전이 펼쳐지자 “위원회가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더 커졌다.

여야의 대리전 양상이 앞으로 100일간 계속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많았다.

사실 미디어발전위원회는 출범 전부터 여야 간 여러 가지 논란거리를 만들어내면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음을 예고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의 의견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국회는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동안 ‘위원회의 논의 결과는 상임위 입법과정에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한다’는 합의 문구를 놓고 여야는 제 논에 물대기 식 해석을 고집했다.

한나라당은 문구 그대로 ‘노력한다’는 것일 뿐이라는 견해였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처럼 결과 보고서를 내는 것으로 임무는 끝이라는 것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이 합의문구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논의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는 사실상의 구속력을 갖게 됐다는 주장이다.

여야 동수로 구성된 위원 비율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의 의석수(170석)와 야당 의석수(124석)의 비율에 따라 위원 구성이 재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1석인 친박연대와 무소속 의원에게 위원 추천권을 주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여야가 추천한 위원들의 면면과 이들이 그동안 미디어 관계법에 대해 보여 준 성향 등을 볼 때 과연 의견 수렴이라는 임무가 제대로 수행될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와 관련해 황근 위원은 “위원회가 볼썽사나운 집단행동의 장으로 비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한나라당 추천 위원은 “(위원회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른다”며 “모양새만 갖추다 끝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최대한 의견을 모아 주시면 입법에 반영하겠다”고 했고, 고흥길 문방위원장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소수 의견이든 다수 의견이든 입법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민주당 위원들로부터 “고무적”이라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