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족끼리’ 외치다 民航機 위협까지 하는 北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그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을 ‘북침훈련’이라고 강변하며 “군사연습 기간 우리의 동해상 영공 주변을 통과하는 남조선 민용 항공기들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선언했다. 비무장지대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도발 위협도 모자라 동해 상공 민항기 안전까지 위협하고 나선 것이다.

키 리졸브 연습은 북이 침략 도발을 할 경우의 한국 안보를 위한 연례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다. 북이 새삼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전방위 대남(對南) 압박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통미봉남(通美封南) 효과를 거둬보겠다는 의도다. 입만 열면 ‘민족끼리’를 외치던 김정일 집단의 반(反)민족적 이중성을 거듭 보여주는 행태다.

1977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가입한 북한은 1998년 한국을 비롯한 각국 항공사의 미국 및 유럽 노선 일부가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리고 외국 항공기가 자국(自國)의 비행정보구역을 통과할 때는 B747 기종 기준으로 편당 685유로(약 135만 원)의 통과료를 받고 있다.

북한은 미국이 버락 오바마 정부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북핵 불용(不容)정책’에 변화를 보이지 않자 갈수록 초조해하고 있다. 어떻게든 미국의 관심을 끌어 양자 대화의 채널을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방한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하고 북의 통미봉남과 한미 이간 술책이 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제 북은 낡은 ‘깡패 수법’을 버려야 한다. 민항기 안전 위협은 명백한 국제규약 위반으로, 국제 제재만 초래할 뿐이다. 한미 양국은 이럴 때일수록 긴밀하게 대북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오늘 방한도 북핵에 대한 인식 공유와 북의 도발에 대응하는 공조체제 강화의 계기가 돼야 한다. 북한이 김정일 체제를 유지하고 살 수 있는 길은 우리 측의 대화 제의는 물론 6자회담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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