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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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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안은 이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가 주관한 공청회를 포함해 1, 2월에만도 10차례가 넘는 논의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면 이제는 문방위에서 법안 심의를 해야 할 판인데도 또다시 무슨 논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도 제3자를 통해서 하겠다니, 그러고서도 국민의 대표라며 꼬박꼬박 세비(歲費) 받을 염치가 있는가.
이 기구가 한나라당 추천 10명, 민주당 추천 8명, 선진과창조모임 추천 2명 등 여야 동수로 구성되는 점도 민의(民意)에 어긋난다. 유권자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60%에 가까운 의석을 주는 등 정당별 의석수를 정해줬다. 국회는 스스로 입법권한을 약화시키고도 모자라 유권자의 뜻을 무시하고 여야 동수의 옥상옥(屋上屋)을 지었다.
여야 합의문에는 이 위원회가 ‘자문기구’로 돼 있고 미디어 법안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하도록 명시했지만 그대로 실행될지 의문이다. 민주당 문방위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공감대를 이룬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표결처리)합의문은 원천무효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언론노조나 좌파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계투쟁도 구상 중이다. 결국 민주당은 의석 분포상 미디어법안 저지가 어렵자 일단 한나라당 단독 처리를 막아 시간을 끈 뒤 외부의 힘을 빌려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아무리 ‘자문기구’라 우기고, 여기에서 논의된 결과는 구속력이 없다고 한들 100일 후 쉽게 먹혀들겠는가. 처음 사회적 논의기구 얘기가 나왔을 때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국회 일을 밖에 맡기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한 말은 백 번 맞다. 협상의 당사자인 홍준표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박희태 대표를 비롯해 이를 추인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은 사회적 논의기구에 미디어법안의 운명을 위임한 적이 없다. 지난 정권에서 비겁하게 신문악법을 허용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도 미디어법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국가 선진화, 성장동력 확충, 일자리 창출’은 다 공허한 구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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