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합의 하루 만에 딴소리… 100일 후엔 무슨 소리 할지…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6월 미디어법 처리’ 합의 지켜질지 주목

4월 추경-6월 비정규직법 등 쟁점 ‘첩첩’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들이 야당의 의사진행 방해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직후인 4일 오전 1시경. 한나라당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 식당에서 삼삼오오 모여 폭탄주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술자리에 참석한 적지 않은 의원들은 “야당에 처음으로 거여(巨與)의 힘을 보여줘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월 국회처럼 해서는 미디어법 등 쟁점법안을 4월과 6월에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비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막후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던 이상득 의원은 의원들이 모여 있는 식당을 돌다가 오전 2시쯤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부대표단 4명이 함께 있던 김치찌개집에 들러 “고생이 많았다”고 격려했다.

한 참석자는 “이 의원이 겉으로 표현은 안 했지만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김무성 의원에게 “이게 무슨 일이냐”며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민주당의 의사진행 방해로 2월 국회에서 하기로 한 쟁점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여권에서는 여야 합의대로 앞으로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여야 간 의견차가 그리 크지 않았던 법안을 처리하면서도 우왕좌왕하던 한나라당이 과연 야당이 사활을 걸고 저지하려는 미디어법안과 사회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4월 이후 정국 일정을 보더라도 여권의 법안 처리는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만약 4월 재·보궐선거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낼 경우 법안 처리의 동력이 미약해질 수 있다. 여야가 4월에 처리하기로 한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안과 교원평가제 관련법안, 산업은행 민영화법안의 운명을 점치기 어려운 이유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려한 대로 비정규직법 개정안도 6월 처리 여부가 불투명하다.

더욱이 정부가 3월 말 제출할 추경예산안에 야당의 분위기가 호의적이 아닌 상황을 감안한다면 4월 국회 또한 2월 국회처럼 파행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민주당 강경파들은 2일 여야 교섭단체 간 합의를 ‘무효’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안과 관련해 ‘자문기구인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100일간 논의한 뒤…’라는 합의 내용에 대해 “자문기구 구성으로부터 100일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자문기구 구성이 늦어지면 법안 처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과의 합의를 사전적 개념의 ‘합의’로 생각한다면 또다시 법안 처리에 실패할 수 있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한 전략을 짜야 4월 이후 법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 동아닷컴 주요기사

- 확보한 동영상에 전여옥 의원 멱살-머리채 잡는 장면 담겨

- 육아휴직? 육아해직!…‘1년 쉰 뒤 사표’ 편법해고 늘어

- 하버드의대 ‘스캔들’ 수술대 위로

- 北 ‘미디어 스타’ 6人뜬다

- 여의도 대신증권 황소상 투자자에게 인기

- 배우는 조명 꺼지면 자기 위치 어떻게 찾나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