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정부지원서 벗어나 개혁해야”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李대통령, 뉴질랜드 도착 식물 - 식품硏 방문… 양국 FTA협상 개시

“농식품장관이 외교장관처럼

넥타이 매고 다니나” 농담도

“농업개혁 이전의 뉴질랜드와 같이 한국 농촌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고 있는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3일 첫 순방국인 뉴질랜드에서 던진 이명박 대통령의 일성은 ‘농업개혁’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오클랜드에 도착하자마자 뉴질랜드 식물·식품연구소를 방문하는 걸로 일정을 시작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뉴질랜드 농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뉴질랜드는 강도 높은 농업개혁을 거쳐 현재 2.5%의 농민이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생산하고 있다.

포도키위(포도알처럼 작은 키위), 과육이 빨간색인 사과 등의 과일전시관을 둘러본 이 대통령은 “한국 농촌도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투자에 비하면 농산물 경쟁력이 썩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농업정책이 지원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처음으로 순방에 동행토록 한 이 대통령은 뉴질랜드에 도착하기 전 전용기에서 가진 수행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농업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농식품부 장관은 각료라고 생각하지 말고 농촌개혁운동가라고 생각하고 일해야 한다.” “정부보조금을 없애고 자율적인 경쟁력을 살려낸 뉴질랜드와 네덜란드가 (농업개혁의) 대표적인 예다.” “농촌을 살리는 데는 여야도, 좌우도 있을 수 없다.”

그는 농담조이긴 하지만 “왜 농식품부 장관이 외교통상부 장관과 같이 넥타이 매고 양복 입고 다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농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강도 높은 개혁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과 존 키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며 FTA 협정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되길 기대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정상회담에서 뉴질랜드는 한국 농업개혁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이 대통령은 한-뉴질랜드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뉴질랜드가 추진 중인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인 브로드밴드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를 요청했고 뉴질랜드 측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동포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재외국민의 참정권 부여에 대해 “축하할 일이나 걱정이 있다”면서 “살고 있는 그 국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 정치에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 당을 만들고, (누가) 어느 당인지 하는 식이 되면 이민 사회에 갈등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이 이날 저녁 뉴질랜드 총독 관저에서 열린 키 총리 초청 만찬에서 지난해 US아마추어 골프대회 및 올 2월 유럽프로골프투어 조니워커클래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한국계 골프 선수 대니 리(이진명·19)를 만나 격려했다.

이 대통령이 “차세대 타이거 우즈가 되라”고 덕담을 하자, 키 총리는 대니 리가 한국계임을 의식한 듯 “대니 리는 뉴질랜드 선수”라고 이 대통령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오클랜드=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