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불만 테러 뿌리 뽑겠다” 매머드 수사본부 차려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9분


사전계획-배후세력 가능성 등 철저 수사

경찰은 27일 국회 안에서 발생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피습사건 조사를 위해 이철성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당초 영등포서 형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사전담팀을 구성했다가 2시간 만에 서둘러 수사본부로 격상시켰다. 수사본부에 투입된 인력은 영등포서 형사과 소속 5개팀 50여 명에 이른다.

연쇄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이 아닌 단순한 폭력사건에 총경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규모 수사본부가 꾸려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미디어 관계법 등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최근 국회에서 잇따르고 있는 불법 행위를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국민을 대표해 국회에서 입법 활동을 하는 의원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의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행위를 방치한다면 의원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과는 다르게 회기 중에 현직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국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이기 때문에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것은 이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이 일어난 경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전 의원에게 폭행을 가한 이모 씨가 소속된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는 “민주화운동국민연대가 이날 주최한 ‘동의대 사건 재심 철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국회를 방문했다가 전 의원과 우연히 마주친 이 씨 일행이 순간적으로 폭행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전 의원을 집단 폭행하기 위해 사전에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전 의원이 추진해 온 ‘동의대 사건’에 대한 재심을 추진하는 법안에 반대하기 위한 기자회견이 이날 열렸던 데 주목하고 있다. 이 씨 등이 단순히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것이 아니라 전 의원 폭행을 염두에 두고 왔을 수도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가 넓기 때문에 동의대 사건 재심 추진에 불만이 있는 사람과 그와 관련된 법률을 추진하는 의원이 국회 안에서 ‘우연히’ 만나기는 쉽지 않다”며 “우연인지 아닌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함께 있던 20여 명이 이 씨 검거를 방해해 1시간여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며 “채증 자료를 토대로 공무집행 방해로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이날 폭행사건에 다른 단체가 개입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국회 본청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입수해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 당시 정황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여당과 정부 등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동아닷컴 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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