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잃지말고 더 듣고 더 뛰세요”

  • 입력 2009년 2월 23일 02시 54분


이명박정부 1년… ‘대통령과 인연’ 서민들 한마디

시장서 만난 김성림 할머니 - 장사 안된다고 곳곳서 난리…손자들 등록금 비싸서 걱정

‘봉고차 사연’ 보낸 김옥례씨 - 관심 덕에 새 보금자리 얻어…소외층 없는 나라 힘써주길

장학금 수혜 환경미화원 이병채씨 - 불황탓 쓸만한 재활용품 뚝…정부서 사람 더 많이 뽑기를

‘광우병 조사 수업’ 윤장훈 교사 - 당시 격려편지 보낸 학생들…훗날 자랑스런 추억 됐으면

“늘 서민들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쪽의 생각도 많이 들어주세요. ”

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 불황의 한파는 여전하고 사람들은 곳곳에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보통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을까.

이 대통령이 당선 직후 만난 원당시장 할머니, 촛불시위의 와중에서 인연을 맺었던 한 초등학교 교사,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장학금 혜택을 본 환경미화원, 얼마 전 편지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던 ‘봉고차 모녀’….

○“일자리를 더 많이”

지난해 2월 2일, 서울 관악구 봉천 11동 원당시장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붙잡고 눈물을 보였던 김성림 할머니(68).

1년 뒤에 다시 만난 김 할머니는 시장이 아니라 집에 있었다. 지난해 8월 3일, 교통사고가 났기 때문. 김 씨는 불편한 다리도 걱정이지만 장사를 못하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다.

“다시 나가야 하지만, 우리 시장만 봐도 1년 전에 비해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난리들이에요.”

당시 김 씨는 “내 목구멍 밥보다 손자 일자리가 더 큰 소원”이라고 했다. 그 손자들은 여전히 잘 자라고 있고 손녀딸까지 대학생이 되면서 집안에 대학생만 세 명으로 늘어났다. “나야 손자들만 보면 기분이 좋지만, 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휠 자식들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불편해요. 등록금도 좀 낮추고, 젊은이들 취업 잘 될 수 있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집에 오래 있다보니 뉴스도 많이 보게 됐다. “뉴스 보면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주변 사람들 말도 좀 들으면 더 잘하실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길”

지난해 여름 광주 서석초등학교 윤장훈 교사는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6학년 학생들에게 “광우병의 진상을 알아보자”며 직접 자료를 찾아보게 한 뒤 신문을 만들도록 했다. 아이들은 직접 자료를 찾아가며 광우병에 대해 공부한 뒤 대통령을 격려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학교 홈페이지는 일부 누리꾼의 공격을 받았고,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윤 교사는 “당시 아이들이 엄청난 마음고생을 했다”며 “하지만 광우병 논란에서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다는 아이들의 판단이 맞았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여름 윤 교사와 아이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이 대통령의 답장도 받았다.

윤 교사는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이는 생각이 다른 쪽의 의견을 듣거나 국민을 미리 설득하는 것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며 “훗날 아이들이 자라 대통령과의 추억을 생각하며, 대통령에게 받은 편지를 자랑스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노력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소외 계층에 더 관심을”

27년째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병채 씨(58).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환경미화원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에 월급을 보탰고, 이 씨는 장학금 덕분에 세 자녀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다.

“아이들이 결혼까지 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씨가 느끼기에도 올겨울은 유난히 춥다.

그는 “불황 때문인지 요즘 쓸만한 재활용품이 통 나오지를 않는다”며 “겨울철엔 이사가 뜸해 재활용품이 적지만, 올해는 더욱 심한 걸 보면 다들 아낄 수 있을 때까지 아끼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경기가 어려울 때 정부에서 오히려 사람을 더 많이 뽑으면 좋지 않겠느냐”고 바람을 내비쳤다.

승합차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사연을 지난달 이 대통령에게 보낸 인천의 김옥례 씨(52) 모녀는 이후 새로운 보금자리를 얻었다. ‘긴급 주거지원용 다세대 임대주택’을 제공받았고, 국민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매달 69만 원씩 지원받게 됐다.

김 씨는 “평범한 딸의 편지를 대통령께서 그냥 지나치지 않고 끝까지 읽어주신 덕분에 사정이 나아졌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전국의 다른 어려운 소외 계층을 보듬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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