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 한나라 ‘법안처리 무기력증’

  • 입력 2009년 2월 6일 02시 59분


출마설 박희태 - 임기말 홍준표 무리수 꺼려

계파갈등 겹쳐 곳곳서 “처리 연기” 후퇴조짐

여야가 쟁점 법안을 놓고 치열한 입법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고 있지만 정작 한나라당은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는 회의 때마다 ‘국회 내 폭력 불가’ 등을 주장하며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지만 말에 그치고 있다. 당내에선 지난해 12월 국회 때 보여줬던 긴장감이나 법안 관철 의지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

일부 의원들은 “미디어 법안 처리는 이번에 힘들지 않겠느냐”거나 “금산분리 규정은 절충이 필요하다”는 등 지도부와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당의 전열이 이처럼 흔들리는 배경에는 4월 재·보궐선거와 계파 갈등, 지도부의 분열 등 다양한 요인이 어우러진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박 대표가 4월 재·보선에 출마할 뜻을 굳히면서 여야 관계에서 굳이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 한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지난해 자주 언급했던 ‘법안 직권상정’ 발언을 최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원내 사령탑인 홍 원내대표도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만큼 여야 관계를 원만하게 이끄는 데 신경 쓰는 눈치다.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말년 병장이 제대를 앞두고 당정협의 같은 데 가겠느냐”며 다소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한 친이(親李·친이명박)계 의원은 “지도부가 당이 아닌 본인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나른한 웰빙 정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3월 예정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귀국,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대응 움직임 등 계파 갈등이 확산되는 기류도 의원들이 법안 처리에 집중할 수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전 최고위원의 귀국이 가까워지면서 당내에서는 벌써 향후 권력지도 재편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친박계는 최근 들어 미디어 관계법, 국회폭력방지법 등 당론으로 추진하는 주요 법안에 대해서도 산발적인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이 ‘원 톱’을 정점으로 결속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청와대도 ‘탈(脫)여의도’ 운운하며 당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아 자칫 혼란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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