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자는 아버지만이 결정” 北김정남 中서 이례적 답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나흘새 세차례 언론 접촉… 뒤늦게 “관심없다” 진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정남 씨가 24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일로 놀러 왔다”고 일본 NHK방송에 밝혔다. KBS 화면 촬영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정남 씨가 24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개인적인 일로 놀러 왔다”고 일본 NHK방송에 밝혔다. KBS 화면 촬영

갖가지 억측에도 불구하고 후계 구도에 입을 다물어 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38) 씨가 입을 열었다. 김 씨는 나흘 동안 세 차례 기자들과 만났다.

27일 오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국제공항에 나타난 그는 후계구도를 묻는 기자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는 “신문을 보지 않았느냐. 아버지는 건강하다고 써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경 검은색 모자와 하얀색 웃옷을 입고 공항에 나타났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영어로만 답한 뒤 마카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앞서 24일 오전 김 씨는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서우두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외신 기자들에게 후계 구도와 관련해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며 “아버지만이 결정하실 일”이라고 말했었다. 후계 구도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하던 태도와 달라진 것이다.

당시 그는 동생 김정운(25) 씨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어떤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며 “(후계자 문제를) 가정하고 상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씨의 이날 답변은 그가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게 아니며 강한 의지가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 “(당신은) 북한에서 큰 권력을 갖고 있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 않느냐”라는 물음에는 “그런 민감한 질문에는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도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담화(말)할 수 없다”며 “아버지 같은 분의 건강 문제는 함구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어떤 정보를 갖고 있어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또 몇 시간 뒤 공항을 떠나 K호텔에 투숙한 김 씨는 스스로 현관으로 내려와 로비에 진을 치고 있던 30∼40명의 기자에게 “나는 (후계자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사태를 진화하려고도 했다. 또 “누가 후계자가 됐으면 좋겠느냐”라는 추가 물음에 “모든 것은 부친께서 결정하는 것에 따르게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김정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한 뒤 “동생이 후계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동생에게 직접 물어보라”며 답변을 피했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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