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한미FTA, 비준 말고 재협상 준비해야…”

  • 입력 2008년 11월 11일 10시 43분


노무현 전 대통령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
동아일보 자료 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살리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재직 시 한미FTA를 적극 추진했던 것과는 다른 입장이라 주목된다.

노 전 대통령은 10일 오후 10시30분 자신이 개설한 토론 웹사이트 민주주의 2.0에 올린 ‘한미 FTA 비준, 과연 서둘러야 할 일일까요?’란 제목의 글에서 “비준을 서두르는 것이 외교 전략으로 적절한 것인가, 우리 입장에서 재협상이 필요 없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비준하기 전에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우선 비준을 서두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외교 전략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리 국회가 먼저 비준을 한다하여 미국 의회가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 의회는 비준을 거부할 것이고 그러면 한미 FTA는 폐기 될 것이다. 결국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고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미FTA를 살려 갈 생각이 있다면 먼저 비준을 할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그는 이어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며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과 협정 내용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적했다.

“우리 경제와 금융 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다. 국제적으로도 금융제도와 질서를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한미FTA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지난 번 협상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지 못해 아쉬운 것들이 있을 것이다.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폐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비준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재협상을 철저히 준비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고, 폐기할 생각이라면 비준 같은 것 하지 말고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FTA에 대한 입장을 번복’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이 글을 쓰면서 걱정이 많다”고 전제한 뒤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양심선언을 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로 입장을 번복한 것도 아니다”면서 “상황이 변했으니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것이 실용주의며 국익외교이며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FTA와 연결된 신자유주의 용어 남용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저는 ‘너 신자유주의지?’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 때마다 옛날에 ‘너 빨갱이지?’ 이런 말을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며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지나치게 왜곡되고 교조화되고 남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EU 중국 인도도 FTA를 하는데 이들 나라가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슨 정책을 이야기 하거나 정부를 평가할 때, 걸핏하면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를 도깨비 방망이처럼 들이대는 것은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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