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개성서 짐 빼는 데 얼마나 걸리나”

  • 입력 2008년 11월 10일 03시 03분


조사단 5명 첫 실태조사… 남북경색 국면서 입김 세진듯

‘인력 철수’보다 ‘南대북정책 압박’ 분석

북한 군부가 6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9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북측 단장인 김영철(북한 국방위원회 정책실장) 중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군부 조사단 5명이 6일 개성공단의 시설을 둘러보고 운영 실태에 대해 우리 측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장성급 군사회담의 북측 대표가 개성공단을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군부 조사단에는 김 중장 외에 군사실무회담 단장인 박림수 대좌도 포함했다.

북측 조사단은 개성공단 방문 하루 전날인 5일 북한 국방위 명의로 ‘개성공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며 방문 일정을 남측에 통보했다.

이들은 6시간 동안 우리 측 인사인 문무홍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현지 공장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11개 입주 업체 및 정수장 등 기반시설들을 둘러보고 투자금액, 자본금, 근로자 수와 임금, 근로환경 등을 물었다.

군복 차림의 북측 조사단은 특히 “(남측 기업들이) 짐을 빼는 데(철수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 “명함을 돌리러 여기 오지 않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이 최근 남측 민간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개성공단과 개성관광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해 온 만큼 철수 등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시위’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군부가 남북관계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남북 경색 국면이 계속되면서 대남교류 라인의 힘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북 소식통은 “개성공단사업의 중단은 북측에도 경제적 손실이 크다”며 “철수라기보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정부로 하여금 대북정책을 전환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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