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부동산 시장… 꽁꽁 묶인 규제 풀어 ‘온기 살리기’

  • 입력 2008년 10월 21일 02시 59분


대출 여력 늘려 주택수요 확충… 부동산 거래 활성화 유도

이르면 내달 구체 해제지역 결정… “투기자극 우려”지적도

■ 투기지역 해제 추진 왜?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단계적 해제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을 위한 조치다, 이렇게 되면 대출 기회가 커지고 주택 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는 여지도 더 생긴다.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택한 가장 손쉬운 대안이 위축된 수요의 진작인 셈이다.

눈앞의 불을 끄는 것도 급했던 것. 하지만 ‘국내 주택시장에 거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에서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거세다.

○ 투기지역 풀리면 DTI-LTV한도 완화

소득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지금까지 나온 집값 안정대책 중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집을 사는 사람의 자금줄을 틀어쥐는 대책이어서 세제나 공급을 통한 가격 안정책보다 주택 수요를 즉각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주택 수요를 살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도 대출여력을 늘리는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DTI 한도를 상향 조정하거나 폐지하는 식의 대책은 정부가 직접 주택 수요를 자극한다는 지적이 일 수 있어 투기지역 축소로 대출한도를 늘리는 2단계 경로를 거치기로 했다.

○ 대출한도 얼마나 늘어나나

대출규제가 완화되면 LTV가 40%에서 60%로 높아지고, 6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 40%를 적용하는 DTI는 원칙적으로 폐지된다. 주택담보대출로 받을 수 있는 자금 한도가 크게 늘어난다.

연소득 5000만 원인 사람이 서울 강남구 수서동 H아파트 152m²형을 사면서 은행에서 2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금리 8%에 대출받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국민은행이 산정한 이 아파트의 일반 거래가격은 11억2500만 원이다.

집값이 6억 원을 넘기 때문에 지금은 DTI 40%와 LTV 60%를 적용받아 최대한 1억992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투기지역 해제로 LTV 60%만 적용받게 되면 대출 가능금액이 6억7500만 원으로 급증한다. 대출금이 4억7580만 원 늘어나는 것이다.

○ “미분양 아파트 가격 낮춰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투기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다.

관건은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범위. 정부는 이르면 다음 달 안에 수도권 내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지정 요건을 완화한다. 이어 완화된 요건에 해당하는 곳을 선별해 주택정책심의위원회와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에서 해제지역을 확정한다.

집값 급등 가능성이 낮은 지역이 우선 해제되고 서울의 강남권 등 집값이 여전히 불안한 지역은 해제 순위에서 뒤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예상과 달리 초기 해제지역이 너무 넓으면 DTI 규제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져 집값이 뛸 우려도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하려는 취지의 정책을 내놓는다면 위험할 수 있다”며 “미분양 주택의 가격을 크게 낮춰서 팔고, 신규 분양주택에 분양가 상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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