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로 갈라선 여야관계 ‘국정동반자’ 모색 첫걸음

  • 입력 2008년 9월 26일 03시 01분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5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갖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 협력 등 7개항에 합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5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을 갖고 경제 살리기를 위한 초당적 협력 등 7개항에 합의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주요 합의내용-의미

경제문제, 중기지원 공감… 감세방안엔 이견

남북문제, 대북 인도적 식량 - 비료지원 지속

여야관계, 수뇌부간 상시적인 대화채널 구축

성장동력, 저탄소 녹색성장사업 초당적 협력

25일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의 회동은 경제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발전 등 주요 사안에서 여야 간에 초당적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각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이날 합의한 △경제 살리기 △남북관계 발전 △지방행정 체제 개편 △생산적 정기국회 운용 △여야 간 국정 동반자 관계 구축 △저탄소·녹색성장 공동 노력 △대학등록금 및 실업계 고교 무상교육 지원 등 7개항은 제대로 지켜지기만 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은 물론 여야관계의 틀을 바꿀 수 있는 굵직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날 회동의 최종 성과는 회동 자체보다는 향후 구체적인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큰 틀에서는 초당적 협력 약속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이날 독대로 진행된 1시간 50여분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대처와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이다.

특히 정 대표가 중소기업 자금난 해결과 환율옵션파생상품인 키코(KIKO) 사태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구제를 요청하자 이 대통령은 적극적인 공감 의사를 밝혔다.

또 남북문제의 경우 민주당의 대북 네트워크 활용, 대북 식량 및 비료의 인도적 지원, 개성공단에 대한 통신 통관 통행 등 3통 문제 해결, 4강 외교 등 외교안보 전반에 대한 국익 차원의 초당적 협력도 확인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한미 쇠고기 협상 파동, 국회 원 구성 협상 등에서 나타난 국회 파행 사태를 의식하듯 이번 정기국회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생산적 국회가 돼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주요 국정현안이 있을 때마다 만나 해법을 논의하겠다는 약속도 향후 여야 수뇌부 간 상시적인 대화 채널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합의 내용 중 상당수가 선언적 의미로 그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 약속은 향후 합의 내용을 구체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야당 측의 분석이다.

○각론에서는 여전히 입장차

하지만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공안정국 해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시위 주동자에 대한 보복성 수사 중단, 교과서 수정 문제, 민영 미디어렙 도입 등 언론 문제와 같이 쟁점이 되고 있는 현안에는 여전히 견해차를 보였다.

정 대표는 “종부세 도입 배경과 민주당의 견해를 자세하게 설명했고 이 대통령도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종부세 등 각종 세제와 국가균형발전과 같은 부분에서는 철학적 차이를 확인했고, 종부세는 오늘 회담에서 결말을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또 언론문제와 사정정국 등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답변을 묻는 질문에 “인식이 달랐다. 답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의미 있는 답변을 소개할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그동안 주장해 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에 대한 해임은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가 이날 회동에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한 현안은 18개로 상당수 의제에 대해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제1야당의 존재를 인정한 점에 의미를 부여했지만, 여야가 약속한 초당적 협력관계의 실현 여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역대 영수회담과 비교해 가장 진지한 회담”이라고 말하면서도 굳이 ‘만족스럽다’는 표현 대신 ‘소기의 성과’로 회담을 평가한 것은 향후 국정운영 전개를 지켜본 뒤 평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동의 진정성을 시험이라도 하듯 민주당은 이날 오후 정부의 종부세 개편 원안 강행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는 논평을 냈다. 이는 청와대가 제1야당을 대하는 자세를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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